동아논평입니다.
제목은 '미국 보호무역주의 확산을 우려한다'. 정성희 논설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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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후 세계질서 개편'을 주제로 열린 다보스포럼의 가장 큰 의제가 보호주의에 대한 경고장을 날리는 것이었습니다. 다보스포럼에 참가한 2600여명의 지도자들은 "자기만 살겠다고 보호주의 정책을 선택하는 것은 모두가 망하는 길"이라며 보호주의를 경계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딴판입니다. 자유무역의 전도사역을 자임해온 미국부터가 그렇습니다. 미 하원은 지난달 8190억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 법안을 승인하면서 정부자금이 투입된 건설사업에는 미국산 철강제품만 사용해야 한다는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조항을 부칙에 끼워 넣었습니다. 미 상원은 한술 더 떠 '바이 아메리칸'을 철강뿐 아니라 다른 원자재로 확대하는 경기부양 법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심각한 경기침체, 그로인한 국내산업과 일자리에 대한 요구가 보호주의 경향을 불러온 것입니다. 법안을 주도하는 민주당은 납세자의 세금으로 조성된 공적자금을 외국 업체가 받아가는 것은 온당치 않다는 논리를 폅니다.
유럽연합(EU)과 대미(對美) 철강 수출국인 캐나다가 가장 먼저 반발하고 있습니다. 캐나다는 미국이 보호무역 조항을 통과시킬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고 벼르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보호주의의 가장 큰 문제점은 한 나라가 보호주의를 취할 경우 다른 나라도 보복무역 조치를 취함으로써 모두가 패자가 된다는 것입니다.
역사가 그걸 증명합니다. 대공황이 시작된 이듬해 미국은 자국산업 보호를 위해 2만 개가 넘는 품목에 평균 48%의 관세를 부과하는 초강력 보호무역법인 스무트-홀리법을 만들었습니다.
그러자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등 주요 교역국이 보복관세를 시행했고 불황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습니다. 1930년 1월 49억 달러였던 세계 무역액은 2년 뒤 21억 달러로 줄어들었습니다. 미국 내 실업률은 줄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실업률은 1930년 9%에서 1932년엔 25%로 뛰었습니다.
1930년대도 이랬는데 세계가 그물망으로 연결돼 실시간 움직이는 지금은 어떻겠습니까? 보호무역의 폐해는 상상을 초월할 것입니다. 미국이 '바이 아메리칸'을 한다면 세계의 다른 모든 나라들은 미국산을 사지 않을 것이라는 명백한 사실을 미국은 외면해선 안 될 것입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