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홈페이지에서 초등생 자녀의 반(班) 배정 현황을 살펴보던 한 학부모가 환호성을 지른다. 아들의 담임을 평판도 좋은 남자 교사가 맡게 됐기 때문이다. 이 아이는 6학년이 될 때까지 한번도 남교사 담임을 만나지 못했다. 엄마는 당장 이웃들에게 전화를 걸어 기쁜 소식을 알린다. 요즘 초등학교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자녀가 남자 담임을 만나려면 조상 3대가 공덕(功德)을 쌓아야 한다는 조크가 나돌 정도다.
▷초등교사의 여초(女超) 현상이 완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2009학년도 서울지역 공립 초등학교 교사 합격자 1139명 가운데 여성은 90%인 1024명이었다. 여교사가 넘치면서 상당수 교장들이 학생 생활지도에 어려움을 호소한다. 남학생들의 교내 폭력 다루기, 각종 행사진행, 일직에 여교사만으론 대응이 어렵다는 하소연이다. 학생들의 성(性)역할모델이 한쪽으로 치우쳐 있는 것도 문제다. 요즘 ‘남학생의 여성화’ 현상을 남교사 부족 탓으로 돌릴 정도다.
▷올해 신규 임용되는 검사 112명 중 여성이 51%인 58명으로 사상 처음 절반을 넘어섰다. 사시합격자 중 여성 비율이 38%에 이르는 데다 사법연수원에서 여성들의 성적이 상위권을 차지하면서 생긴 현상이다. 신규 발령 여검사 비율이 절반을 넘어서면서 남성 검사들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여검사가 섬세한 시각과 꼼꼼한 일처리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가 적지 않지만, 밤샘 근무가 잦고 강도 높은 지구전이 필요한 특별수사, 공안 등의 분야에 취약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여검사의 비율은 여교사에 비해 아직 낮고, 업무 성격상 남녀를 구분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때로 강력범을 체력으로 제압해야 하는 경찰과 달리 검사의 수사는 기본적으로 법률지식으로 무장한 ‘머리싸움’이다. 이에 비해 남교사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은 훨씬 절박해 보인다. 책을 읽어 시험지에 풀어내는 능력은 여성의 뇌구조가 남성보다 유리하다는 연구결과가 많다. 이러다가 시험으로 뽑는 자리는 여성들이 다 차지할 판이다. 교사 뽑는 시험에 남학생이 좋아하는 컴퓨터 게임이나 축구라도 포함시켜야 하는 걸까.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