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은 포르투갈산 … 황홀한 목넘김 일품
○보르바 레세르바 코르크 라벨(Borba Reserva Cork Label)
와인포털사이트 ‘와인21닷컴’의 최성순 사장은 한 입 맛보더니 병 안에 갇혀 있던 와인의 견고함을 직감한 듯 디캔팅을 요구했다.
시간이 좀 지나자 와인은 열리기 시작했다. 처음 오픈했을 때는 입 안에 감도는 질감은 괜찮았지만 향도 별로였고, 목 넘김은 묵직한 첫 인상과는 달리 물처럼 뚝 떨어졌다.
시동을 거니 굉음으로 기대감을 준 엔진이 밟아도 속도가 나지 않는 차 같다고나 할까. 하지만 와인의 진가는 분명 숨어 있었고, 디캔팅은 기다림에 필요한 시간을 단축했다. 딸기향을 필두로 과일향이 모락모락 피어올랐고, 탄닌도 더욱 느껴진다.
목 넘김 또한 원하는 대로 부드럽게 잘 나가는 차로 변신한다. 최성순 사장은 “디캔팅을 하고 나니 아주 부드럽다. 맛있다. 매력적이다. 디캔팅 이후에도 맛이 금방 사라지지 않고 오래 간다”고 평가했다. 와인바 ‘와이너리’ 이승호 사장은 “가격 대비 아주 좋은 와인이다. 예전부터 좋아했다”고 치켜세웠다.
이 와인은 에티켓이 재미있다. ‘BORBA’라고 적힌 글씨 주위로 코르크 문양이 있다. 그래서 ‘코르크 라벨’이라 불린단다.
코르크 세계 최대 산지가 포루투갈임을 상기시킨다.
생산지인 포르투갈 알렌테쥬 지역은 낮은 강우량, 더운 여름, 춥고 건조한 겨울로 포도 재배에 있어 좋은 여건을 갖췄다. 알렌테쥬 최초의 협동조합 ‘아데가 보르바’에서 만든다.
아데가(Adega)는 포르투갈어로 와이너리를 뜻한다.
안데스 산맥의 맛 … 바비큐와 찰떡궁합
○오크캐스크 카베르네 소비뇽(OakCaskCabernet Sauvignon)
친구들과 함께 펜션으로 여행을 떠났다. 앞에 마련된 바비큐 석쇠 그릴에 돼지고기 목살을 올리자 침을 꼴깍 넘어가게 하는 향이 섞인 연기가 피어났다.
바로 이 순간 곁들일 와인이 생각났다. 편하고 부드럽게 넘어간다. 바비큐의 감칠맛을 더욱 생생하게 만든다. 연기가 만드는 향과 와인에서 느껴지는 스모키 향이 어울린다.
‘오크캐스크 카베르네 소비뇽’은 그런 와인이다. 2만원대의 부담 없는 가격에 여행의 행복한 풍미를 돋운다. 물론 집에서 불판에 삼겹살을 구워 먹을 때도 좋다.
와인펍 ‘부숑’의 노경남 소믈리에는 “부드러운 탄닌이 기분 좋다”고 평가했다. ‘부숑’의 강경선 사장은 “가격 대비 최고다. 우리 집에서는 말벡을 쓰고 있는데 묵직한 느낌이 아주 좋다”고 말했다.
이 와인은 남미 최대의 와인그룹 ‘트라피체’에서 만든다. 안데스 산기슭의 아르헨티나 멘도자 지역에 위치한 이 곳은 미셸 롤랑과 함께 ‘이스카이’를 만들어 유명한 곳. 2004, 2006년 영국 런던에서 열린 IWSC(국제주류품평회)에서는 ‘올 해의 아르헨티나 와이너리’에 선정되기도 했다.
오크캐스크는 레드 와인은 12개월, 화이트 와인은 9개월 동안 오크 숙성을 통해 만들어진다. 이를 강조하기 위해 이름도 오크캐스크라고 지었다. 안데스 산맥의 고도와 풍부한 일조량을 느껴보고 싶지 않은가.
이길상 기자 juna109@donga.com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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