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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고수들의 외국어 공부법은?

입력 | 2009-02-05 15:17:00

김은경, 이수진 씨. (왼쪽부터) 우경임 기자

박태식, 박민서 씨. (왼쪽부터) 우경임 기자


그야말로 '고용대란'이다. 각종 고용 지표가 최악을 기록하는 가운데 청년 실업은 특히나 심각하다. 좁아진 취업문을 통과하려면 외국어는 필수라는데…. 뛰어난 외국어 실력으로 외국계 기업에서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는 '외국어 고수' 들을 4일 강남구 삼성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영어 고수' 김은경(29·한국 마스트 인더스트리), '일어고수' 박태식(33· 엘마르 코리아), '중국어 고수' 박민서(30·ING 생명)씨가 그들이다. 이들은 외국기업 종사자들의 교류모임인 KOFEN (주한외국기업휴먼네트워크·www.kofen.org)내 외국어 동호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인사업무를 담당하는 이수진(25· 코비디엔 코리아) 씨도 동석해 외국계 취업에 대한 노하우를 전했다. 해외 거주나 유학 경험도 없이 외국어로 일상적인 대화를 넘어 업무까지 척척 처리하고 있는 이들의 비법은 무엇일까.

● 외국어는 매일 꾸준히 해야

'영어고수' 김은경 씨는 외국계 기업에 입사하기 전 해외 연수나 유학 경험이 없었지만 꾸준한 영어 동호회 활동으로 외국어 실력을 쌓았다. 대학 재학 중인 2001년부터 현재까지 매주 1, 2회 2시간 이상 영어 동호회활동을 꾸준히 해 왔다.

"회화 교재를 정하고 단어를 먼저 외운 뒤에 토론을 했어요. 실력이 좋은 사람들과 친해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회화가 늘었죠."

그러나 업무에 필요한 영어는 일상 회화와 달랐다. 베트남, 홍콩 등 현지 공장, 미국 본사와 중간 다리 역할을 해야 하는데 의사소통이 잘못돼 업무에 지장이 생기는 경우도 빈번했다. 입사 이후에는 KOFEN 내 영어 동호회에 가입해서 비즈니스 용어 위주로 토론을 하며 업무에 적응해 갔다.

김씨는 외국어를 잘 하려면 꾸준히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김씨는 회사 출근 전 화장하는 시간을 활용해 영어 공부를 한다. "화장대 위에 노트북을 켜 놓고 미국 드라마를 보거나 EBS 라디오영어프로그램을 청취해요. 시사, 대중문화 등을 함께 접하게 되면 영어가 더 빨리 늘어요." 적은 양이라도 꾸준히 공부하는 '거북이 학습법'이 외국어를 통달하는 데는 가장 빠른 방법이다.

'일어 고수' 박태식 씨는 일본계 회사에 취직하기 전 2~3달 동안 일본어 학원을 다닌 것이 일어 공부의 전부였다. 일본계 회사 한국지사에 취직해 2000년 일본 본사로 발령을 받았다. 처음 일본에 갔을 땐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데워 달라는 말을 못 해 열흘 동안 차디찬 도시락을 꾸역꾸역 먹었을 정도로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 때 안 되겠다 싶어서 수줍음을 버리고 적극적으로 말을 하기로 했어요. 집 근처에 야채를 사러 가서는 1시간 30분 이상씩 이런 저런 얘기를 할아버지, 할머니들이랑 했죠. 책에서 본 말, 드라마에서 들은 말을 실생활에서 써 보는 것이죠."

박씨는 정식 교재로 배우는 것도 좋지만 만화나 영화로 재미있게 공부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한국어로 이미 봤던 만화책 '슬램덩크' 일본어판을 닳고 닳도록 보았다. 최용수 등 한국 선수들이 나오는 스포츠 신문을 열심히 봤는데 관심이 있으니 쉽게 읽히고 단어도 오래 기억에 남았다. 그렇게 1년이 지나니 대화가 가능해지고 2년이 지나니 일본어로 꿈을 꾸게 되었다. 지금도 매일 아침 일본 경제지와 닛케이 신문을 꾸준히 읽는다.

'중국어 고수' 박민서 씨는 대학에서 중문학을 전공했고 2002년 교환학생으로 중국에 1년 정도 있었다. 어릴 때부터 하늘 천, 따지 외우기를 좋아했고 한자 경시대회에 나가기도 했다. 그러다 박씨의 중국어가 부쩍 늘게 된 계기는 '301구로 끝내는 중국어회화'라는 책을 통째로 달달 외우고 나서였다. 나중에 중국인과 직접 대화할 때도, 중국한어수평고시(HSK)를 볼 때도 도움이 많이 되었다.

"제가 대학 다닐 적만 해도 영어 학습 컨텐츠에 비해 중국어 학습 컨텐츠는 마땅한 것이 없었어요. 그래서 중국 표준어를 쓰는 드라마나 대만 드라마를 많이 봤습니다. 요즘 인기 있는 '꽃보다 남자' 대만판을 즐겨 보았는데 현대적인 일상 대화를 많이 들을 수 있었습니다. 또 한류스타 안재욱, 송혜교 씨 관련 뉴스들을 보면 귀에 쏙쏙 들어왔죠."

박씨는 동아일보 '생활중국어' 코너의 마니아다. 비록 한 문장이라도 날마다 챙겨서 외우는 것을 잊지 않는다고.

이들은 공통적으로 "외국어 실력은 공부한 만큼 늘어난다"면서 △ 언어뿐만 아니라 외국 문화와 함께 공부할 것 △ 틀려도 적극적으로 대화할 것 △ 날마다 꾸준히 할 것을 제안했다. 곧 마치 외국생활을 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의 환경을 만들라는 것이다.

● 한국기업에서 경력 쌓아 외국기업 도전하는게 유리

외국어 실력이 중요한 능력이기는 하지만 외국계 기업 입사를 결정적으로 좌우하는 요소는 아니다. 한국 기업처럼 매년 신입사원을 대거 뽑는 것이 아니라 해당 업무에 공석이 생길 때마다 채용을 하므로 경력직 입사를 노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한국 기업에서 경력을 쌓고 나서 외국계 기업으로 옮기는 것을 추천합니다. 인터뷰가 상당히 중요한데요, 업무 능력과 언어 실력을 여기서 검증하게 됩니다. 외국계 기업은 경력 검증을 철저히 하므로 오히려 언어보다 우선시 됩니다." (김은경)

김씨가 현재 회사에 입사할 때도 인터뷰에서 정확한 영어 단어를 떠올리지 못해 어색한 말로 답변을 해 면접 담당자로부터 "그런 설명은 바이어가 이해하기 힘드니 다른 단어를 쓰면 좋다"는 말까지 들었지만 합격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것.

박태식 씨도 한국 기업에서 일하다 경력을 쌓아 일본계 기업 한국 지사로 옮겼다. 그는 "일본계 회사는 일본 고유의 문화적 특성상 인터뷰에서 겸손한 것이 좋다. 협동을 잘 할 수 있는지, 회사 문화에 융화될 수 있는지 인성을 많이 본다. 자기 업무 스킬보다는 겸손함을 체크하는 것 같다"고 들려주었다.

중국어의 경우 토익처럼 점수 인플레 현상이 일어나 요즘은 HSK 9급 이상은 되어야 할 정도다. 박민서 씨는 "중국어는 방언이 많아 소통에 애로 사항이 많으므로 해당 기업이 있는 중국 현지 체류 경험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타이코 헬스케어에서 인사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이수진(25)씨는 이에 동의하면서 외국계 기업 취업 준비생들을 위한 노하우도 전했다. 이씨는 KOFEN 내 외국기업 인사 담당자들의 영어 학술모임(KOFEN HR English Study)에서 활동하고 있다. 다음은 이씨가 권하는 외국계 기업 취업 노하우.

△ 인터뷰는 회사내 인터뷰 룸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집을 나서 회사에 들어설 때부터 평가가 시작되었다고 봐야 한다.

△ 회사의 가치와 추구하는 목표를 미리 공부하는 것이 좋다. 회사 홈페이지에서 회사 소개, CEO 인사말 등을 보고 회사가 추구하는 것과 자신이 맞는지도 확인해봐야 한다. 미국 유럽 일본 회사 성격이 모두 다르므로 자신이 어떤 외국 문화와 성향이 맞는지도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들어가고 싶은 회사의 가치관이나 문화에 자신이 부합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 적극적인 사람임을 보여줘라. 진취적이며 자기 일은 자기가 철저하게 해내고 회사가 원하는 인재라는 것을 공세적으로, 적극적으로 어필해야 한다.

△ 자기의 지원하고자 하는 업무를 객관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취업 공부를 하다보니 일률적이고 획일화된 실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 문제다. 업무에 맞는 사람을 골라 뽑기 때문에 자기가 뭘 하고 싶은지 먼저 알고 경력을 쌓아나가야 한다.

△자세히 알아보고 경험이 있는 사람한테 물어보고 도움을 받아라. 같은 업종에 있는 선배들을 만나보고 발품을 팔아라. 기업의 분위기에 따라 원하는 인재상이 달라진다. 그 회사 내부 사정을 알고 싶으면 그 회사 근처 직원들이 주로 모여 담배를 피우거나 자주 들르는 휴게실 같은 곳에서 대화를 엿들으라는 충고도 있다.

우경임 기자 woha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