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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만화‘꼴’ 연재 1년…허영만-신기원 선생을 만나다

입력 | 2009-02-06 02:58:00

허영만 화백이 그린 노무현 전 대통령, 고 정주영 회장, 이명박 대통령 캐리커쳐. 제공·허영만 화백

허영만 화백이 그린 선동렬, 이승엽 캐리커쳐. 제공·허영만 화백

허영만 화백이 그린 황희정승, 정몽구 회장, 구본무 회장 캐리커쳐. 제공·허영만 화백

허영만 화백이 그린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 GS그룹 허창수 회장 캐리커쳐. 제공·허영만 화백

허영만 화백이 그린 가수 이문세, 개그맨 엄용수 캐리커쳐. 제공·허영만 화백

허영만 화백이 그린 안중근 의사, 이해찬 전 총리 캐리커쳐. 제공·허영만 화백


‘꼴’ 그리는 허화백 관상은?

“앞으로 5년간 기막힌 대운”

'꼴', 관상을 업그레이드하다!

《동아일보에 게재되고 있는 허영만 화백의 관상 만화 '꼴'이 연재 1년을 넘기면서 장안의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2008년 1월 2일부터 본보 '동아경제' 섹션에 모습을 드러낸 꼴은 6일로 260회를 맞이했고, 만화로서는 드물게 연령과 나이에 상관없이 폭넓은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다. 1~3권이 나온 단행본도 20만권이 넘게 팔렸다. 관상에 대한 한국인들의 '원초적 관심'을 자극한 데다 허 화백 특유의 스토리텔링과 유머감각 때문일 것이다. '꼴'이 연재되는 과정을 찾아가 봤다.》

●서울 강남구 자곡동 '허영만 화실'

설 연휴 내린 눈이 아직 쌓여있는 서울 강남구 자곡동 허영만 화백의 화실은 허 화백이 25년간 살아온 자택을 화실로 꾸민 곳. 허 화백은 3년 전 판교 빌라로 이사했다. 취재진을 반갑게 맞아 준 허 화백은 우리 나이로 63세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건강하고 활기찬 모습이다. 복고풍 턴테이블에 걸린 LP판에서 울려 나오는 느릿한 클래식 음악을 음미하며 허 화백 탐색을 시작했다.

'꼴'의 산실인 허 화백 방에 들어서니 특이하게도 양 쪽으로 책상이 놓여 있다. 하나는 한국 만화 사상 최초로 일간지에 6년 3개월 동안이나 연재한 '식객'을 그리던 책상이고 다른 하나는 현재 그리고 있는 '꼴'을 그리는 책상이다. 자료가 하도 많아 뒤섞일까봐 책상을 나눠놓은 것이다.

-굴러올 돌이 박힌 돌을 밀어낸다고 '꼴'이 인기가 좋아져 '식객'의 연재가 중단된 감도 있습니다만…."

"그러게 말입니다. 사실 한 신문에 같은 작가가 두 작품을 연재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었어요. '식객'은 다른 지면을 통해 연재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당초 10년에 걸쳐 50권 분량의 책으로 엮어낼 때 까지 하려고 했으니 절반정도까지 밖에 못 온 셈입니다. 하지만 장편 만화의 일간지 연재라는 새 장을 열었고, 우리 음식을 심도 있게 그려내 관심을 고조시켰으니 소기의 성과는 달성한 셈입니다."

-작가가 느끼는 '꼴'에 대한 반응은 어떻습니까.

"관상이란 소재가 솔직히 종합일간지에서 터부시 하는 것이어서 걱정이 많았습니다. '오늘

의 운세'니 '띠별 운수' '별자리 운세' 같은 것이 있긴 하지만 극단적으로 싫어하는 사람과 아주 좋아하는 사람으로 나뉘거든요. 다행이 계층을 망라해 관심을 보여주시는 것 같아 다행스럽습니다. 그래도 조심스러워요. 특정 인물을 거론하게 될 때는 더욱 신경이 쓰이고…. 관상교재 원서가 전부 한문이라 사람들이 관심이 있어도 접근하기 어려웠는데 그림으로 풀어 설명하니까 이해가 되시는 것 같아요."

-저도 열심히 보는 데 가끔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같은 대목도 있는 것 같데요.

"솔직히 그런 측면이 좀 있죠." (미소)

-'꼴' 연재를 위해 2년 넘게 관상학의 대가인 신기원 선생에게 관상학을 배우셨고, 신 선생이 만화도 감수해 주시는데, 관상학 공부로 사람을 대할 때 선입견을 갖게 되는 경우는 없으십니까.

"관상이라는 게 100% 맞는다고 할 수는 없지만 고수들은 80% 정도 맞추는 것 같아요. 특정 신체부위로만 판단할 것이 아니라 전체적 맥락에서 파악하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신기원 선생은 한마디로 어떤 분입니까.

"그쪽 공부를 하시는 분들은 모두 자기가 최고라면서 남을 잘 인정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다른데서 들으니까 그 방면에서는 신 선생을 최고의 실력자로 인정해 줍니다."

-허 선생님 관상은 어떻다고 하시던가요.

"아군(我軍)이라 그런지 나쁜 얘기는 안하시대요. (웃음) 눈 뼈 위를 가리키는 미(眉)등골이 발달해 여행을 좋아한다고는 하시더군요. 나쁜 것은 눈에 정기(精氣)가 부족하다고 하다는 정도죠. 그래서 이를 보완하기 위해 월정(月精)이라는 호를 지어주셨죠."

-언제까지 만화로 먹고 살 운세라고 하시던가요'

"그리기 싫을 때 까지 그린다고 하시데요."

-그동안 히트작이 수십 편이고 '비트' '타짜' '식객' 등 영화화 돼 대 히트를 친 작품도 많은 데 갈수록 힘을 내는 비결은 뭔가요.

"요즘도 메모하고 스크랩을 합니다. 자료가 내겐 총알이나 다름없어요. 화실에 사진 스크랩 등 자료가 수십만 점이 넘습니다. 그리고 건강관리를 철저히 하죠."

그는 자식 농사도 잘 지었다. 아들 석균은 연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해 IBM에 재직 중이고, 딸 보리는 서울대 미대 서양학과와 같은 대학 대학원을 졸업했다. 딸은 지난 해 아들을 낳아 허 화백에게 기쁨을 선사했다. 요즘 손주 재롱에 시간가는 줄 모른다고.

-하루 일과를 소개해 주시죠.

"오전 5시경 기상해 6시 전후해 화실에 도착합니다. 1시간 반 가량 조간신문 3개를 정독한 후 누룽지를 끓여 아침을 먹습니다. 작업을 하다 12시 전에 뒷산(대모산)을 1시간여 동안 오른 뒤 오후1시경 점심을 먹고 30분가량 낮잠을 잡니다. 40년 넘은 습관인데 몸에는 천하에 없는 보약입니다. 계속 일하다 신문사에 파일로 원고를 보내고 6시 전후 퇴근해 사람들 만납니다. 오후 10시경 귀가해 자정이나 오전 1시경 취침합니다. 매주 수요일 저녁은 상계동 신기원 선생 댁에 가서 3시간가량 관상 공부를 하고 옵니다. 주말에는 철저히 쉽니다."

-일찍 자고 일찍 주무시고, 출퇴근까지 하신다니 만화가 같지 않습니다.

"아마 만화가 중에서 나 같은 새벽형은 없을 겁니다."

그렇지만, 이 번 달 그의 스케줄 달력은 빨간색 스티커로 가득하다. 술 먹은 날을 기록한 것인데 15개나 된다. 이틀에 한 번 꼴로 음주를 한 셈이다. 주량도 만만치 않다. 책상위에 '모든 약속 금지. 피치 못할 약속은 대리운전 안 쓸 정도'라고 쓴 이유다.

-심신(心身)관리는 어떻게 하십니까. "틈틈이 산에 오르고, 주말에도 산에 갑니다. 1996년경부터 야영을 다니기 시작했고, 2001년 박영석이를 만나 높은 산에도 오르기 시작해 지금까지 5000미터 이상 고봉을 일곱 번이나 올랐죠. 최고로 높이 올라간 기록은 에베레스트산 6400미터 지점입니다. 매월 2박 3일씩 2년에 걸쳐 백두대간도 종주했지요. 야구 바다낚시 골프 자전거에 미쳐 돌아다닌 적도 있습니다. 골프는 80대 후반 정도는 됩니다. 요즘은 클래식 음악을 열심히 듣고 있습니다. LP판이 3000장쯤 됩니다"

-화실은 어떻게 운영됩니까.

"문하생 5명과 비서 역할을 하는 여직원 1명 등 모두 7명입니다. 제가 스토리와 글, 연필 데생을 하고 문하생 4명 중 1명이 인물 잉크 작업, 나머지 3명이 배경 작업을 합니다. 1명은 취재를 전담합니다. 10번 중 7번 가량은 제가 쫓아갑니다. 아무래도 현장 감각이 중요하거든요. (그런 점에서 그는 기자를 닮았다)"

이 밖에 그와 오래 동고동락해 온 리트리버종 수컷 '처칠'과, 나이 들어 밤만 되면 고독을 주체하지 못하고 울어대는 처칠을 위로하기 위해 데려 온 코커스패니얼 잡종견이 한 마리 더 있다.

허영만 화백 메모-스크랩이 아이디어 원천 “매주 3시간씩 관상 공부해요”

신기원 선생 부친 한의사… 관형찰색 일가견 “인생 잘 가꿔가면 좋은 꼴 생겨”

●서울 노원구 상계동 '신기원 관상 학당'

매 주 수요일 오후 7시, 주공 아파트 105호에는 번듯한 남녀들이 스멀스멀 찾아든다. 2년 3개월여 째다. 허영만 화백과 용인대 이동철 교수(중국학), '꼴'을 단행본으로 내는 위즈덤하우스 편집장 고정란씨, 그리고 문화평론가 강영희 씨 등 네 명이 고정멤버다. '꼴'에 등장하는 신 선생의 모습과 실물이 놀랍게 일치한다. 콧등에 걸린 안경과 날카로운 안광(眼光), 그리고 뾰족한 턱 선등. 허 화백이 제대로 공부하는지 감시하기 위해 '특파'된 고씨는 "실물 보다 만화가 낫다"고 고백한다. 28일 이 교수는 '무단결석'했다. 이들은 '마의상법(麻衣相法)'을 주교재로 3시간 동안 신 선생의 강의를 듣는다. 길이 잘 뚫려 허 화백과 30분가량 일찍 도착했더니 신 선생은 아직 '영업중'이었다. 여성 손님 두 사람이 나간 뒤 막간을 이용해 질문을 쏟아냈다.

-'꼴'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이 뜨겁습니다. 소감과 보람은….

"상법(相法)은 예로부터 값으로 따질 수 없는 보물, 즉 무가지보(無價之寶)라고 불렀습니다. 한마디로 선인과 악인을 구분하는 방법을 배우는 학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오래 전부터 상법은 누구나 공부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고교 정규과정에 상법과목이 있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래야만 사회에 나와서 제대로 된 처세와 생활을 할 수 있는 겁니다. 연재 1년 만에 이처럼 대중적 인기를 얻고 관상에 대한 이해를 높이게 돼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보람을 느낍니다."

'관상학의 대가'인 신 선생은 1939년 생으로 국민학교 3, 4학년 때부터 부친으로부터 성명학을 배웠다고 한다. 부친이 한의사여서 관형찰색(觀形察色)에 일가견이 있었으니 집안 내력이 있었던 셈이다. 처음에는 취미로 시작했으나 원래 한 가지 일에 몰두하는 성격이라 관련 서적이란 서적은 모두 돌파, 곧 명성을 얻게 된다. 1993년 정월 일찌감치 김일성의 사망을 예견한 바 있다. 김일성은 1994년 7월 8일 사망했다.

-'만화가 허영만'이 아닌 '학생 허영만'은 우수한 편인가요.

"허허허. 뛰어나죠. 상법이란게 원래 오래 익혀야 하는 건 데 단시일 내에 깨우쳐 가고 있어요. 특히 복잡한 관상체계를 족집게처럼 묘사를 잘해 금상첨화입니다. 또 필치가 대중에게 쉽게 어필합니다."

-관상으로 본 '만화가 허영만'의 장래는 어떻습니까.

"2008년 겨울부터 시작해 앞으로 5년간 기가 막힌 대운(大運)이 듭니다. 5년간 크게 득세하게 될 겁니다."

허 화백은 멋쩍어 하면서도 싫지 않은 표정이다. 사실 이런 '긍정적 립 서비스' 때문에 사람들이 관상가와 명리학자들을 찾아다니는 것이 아닐까?

-요즘 남녀노소 불문하고 성형을 하는데 성형으로 운명을 바꿀 수도 있습니까.

"아주 바뀐다고 할 수는 없지만, 흠결이 있는 경우에 성형으로 좋은 방면으로 바꿀 수는 있지요."

-경제가 몹시 어렵고 나라도 혼란합니다. '나라의 상(國相)'이라고 할 수 있는 이명박대통령의 상은 어떻습니까.

"직설적으로 얘기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얘기까지 해야 하나요…."

그가 곤혹스러워 하며 답변을 망설이자 제자들이 "선생님 불편하시면 말씀하지 마세요"라고 거든다.

-그럼 오바마 대통령의 상은 어떻습니까. 미국 대통령 선거 직전에는 매케인의 기세가 더 세다고 하셨는데.

"처음엔 잘 몰랐는데 자세히 뜯어보니까 뭔가 다른 것 같아요. 특히 당선 직후 연설하는 모습을 보고 아주 감탄했습니다. 한 마디로 비상한 인재입니다. 어려운 시기에 그런 대통령이 탄생한 것은 미국으로서도 큰 다행입니다."

-그렇다면 김정일의 상에 대해서도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후계구도도….

"그 질문에도 답하기가 곤란합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김정일 후대(後代)에는 기대를 안 하는 편입니다. 아들 3형제를 다 합쳐도 아버지 한 사람을 못 따라 갑니다. 어떤 면에서 김정일은 지모(智謀)면에서 아버지 김일성을 능가합니다. 김일성이 지금까지 통치를 했더라면 과연 북한정권을 이 만큼이나마 유지했을지 의문입니다."

-2009년 대한민국의 국운은….

"어렵지요. 금년이 특히 어렵고, 앞으로 4년간 더 위기가 지속되리라고 봅니다."

-링컨이 그랬던가요. 사람은 40세가 넘으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한다고….

"예 그렇습니다. 누구나 자기가 최대한으로 노력한 결과가 얼굴에 나타납니다. 그러므로 지혜롭게 자기 인생을 잘 가꿔나가야만 얼굴에 기운이 형성되고, 좋은 '꼴'을 만들어 나갈 수 있습니다."

이날 강의는 '피부와 털을 보면 지혜를 안다'는 내용. 피부가 거칠고 탁하면 천(賤)하고, 이마가 푹 꺼진 것도 천상(賤相)이라는 것이었다. 또 손가락 마디가 섬세하면 귀(貴)하고, 울퉁불퉁하면 천하다고 했다. 이 대목에서 허 화백이 토(討)를 놓는다. "장동건이 손이 울퉁불퉁하던데요?"

선생은 "누구? 간혹 그런 사람도 있지"라며 예봉을 피해 나간다.

신 선생은 이어 "종아리가 통통하면 귀하고, 종아리가 말라붙으면 박복하다"고 가르친다.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가 전자에 속한다고 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허영만 어록▼

こず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