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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푸드]사랑 한 스푼, 정성 두 스푼 … 키스처럼 녹아요

입력 | 2009-02-06 02:58:00


■ 김성미 교수와 밸런타인데이 초콜릿 만들기

밸런타인데이가 다시 돌아왔다. 어지간한 선물로는 감동을 줄 수 없는 요즘이지만 투박한 모양에 단순한 맛이라도 좋은 재료를 사용해 직접 만든, 세상에 단 하나뿐인 수제 초콜릿이라면 연인을 감동시킬 수 있지 않을까.

기자가 수제 초콜릿 전문가인 대한민국 1호 ‘쇼콜라티에’(초콜릿 제조자) 김성미 수원여대 객원교수의 도움을 받아 초콜릿 만들기에 도전했다.

● 온도 조절이 생명

초콜릿 만들기는 원료용 초콜릿 300g을 덜어 중탕 볼(Bowl)에 담는 과정으로 시작한다. 방산시장에서 파는 초콜릿은 보통 250g이 한 봉지인 만큼 이보다 조금 더 담는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큰 냄비에 물을 적당히 담고 가스레인지에 불을 켠다. 물이 데워질 때까지 기다릴 필요 없이 중탕 볼을 바로 냄비에 담근다. 초콜릿은 천천히 녹여야 하기 때문에 일부러 물이 뜨거워질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사진 [1])

물 온도는 80∼90도 정도가 적당하다. 냄비 벽면과 바닥에 작은 기포들이 맺히는 수준이면 딱 그 정도 온도가 된다. 물이 팔팔 끓으면 ‘쑥쑥’ 올라가는 초콜릿 온도를 주체할 수 없는 만큼 불을 조절해 주는 것도 중요하다.

“초콜릿 온도는 40∼50도 사이로 맞추세요. 50도를 넘기면 안 돼요. 온도가 그보다 높으면 초콜릿을 틀에 넣고 굳히는 과정에서 표면이 하얗게 변하는 현상이 생겨 모양새가 나빠지거든요.” 김 교수의 설명이다.

녹인 초콜릿은 한 번 식힌 후 다시 데워야 한다. ‘템퍼링(Tempering)’이라고 부르는 이 과정은 초콜릿 안에 들어있는 카카오버터가 잘 녹게 하기 위한 과정이다. 중탕 볼을 찬물에 담갔다 뺐다를 반복하며 27도 정도까지 온도를 내린 후(사진 [2]) 다시 덥힌 물에 담가 32도까지 온도를 올려 줘야 한다.(사진 [3])

볼을 물에 담갔다 뺄 땐 반드시 마른 행주로 물기를 제거해 주는 것을 잊지 말자. 초콜릿에 물이 들어가게 하지 않기 위한 조치.

녹인 초콜릿은 틀에 담는다. 비닐에 녹인 초콜릿을 담고 끝에 작은 구멍을 뚫어 짜내면 양을 조절하기 편하다.(사진 [4]) 기자는 틀을 사용해 두 종류의 초콜릿을 만들기로 했는데, 하나는 막대 손잡이를 꽂은 초콜릿, 또 하나는 초콜릿 안에 ‘가나슈(ganache·초콜릿에 뜨거운 생크림을 넣어 굳힌 것)’를 채워 만든 초콜릿이다.

막대사탕용 초콜릿은 틀에 녹인 초콜릿을 가득 채운 후 중간 정도 굳었을 때 막대를 꽂은 후 냉장실에 넣어 완전히 굳히면 간단히 완성된다.(사진 [5])

가나슈가 들어간 초콜릿도 일단 틀에 초콜릿을 가득 채운 후 틀을 뒤집어 쏟아내는 과정이 필요하다.(사진 [6]) 초콜릿 외피를 만드는 과정이다. 이 틀도 일단 냉장실에서 굳힌다.

● 가나슈를 만들자

다음은 초콜릿 안에 들어갈 가나슈를 만들 차례.

일단 템퍼링 과정을 다시 거쳐 초콜릿을 녹인다. 300g 정도 녹이면 충분하다. 두 번째로는 생크림을 중탕으로 덥힌다.(사진 [7]) 대형마트나 슈퍼에서 파는 생크림이나 휘핑크림 어느 것을 써도 무방하지만 생크림을 사용해 만든 가나슈가 더 부드럽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생크림 온도도 초콜릿과 동일한 40∼50도로 맞추자.

생크림과 녹인 초콜릿을 섞는다.(사진 [8]) 비율은 초콜릿과 생크림을 2 대 1로 섞는 것이 좋다. 초콜릿에 생크림을 반 정도 부어 완전히 섞은 후 다시 나머지 반을 붓고 섞어야 잘 혼합된다.

이것이 바로 가나슈다. 가나슈는 초콜릿 소가 될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 생초콜릿이 된다. 일단 냉장실에 넣었던 초콜릿 외피 틀을 꺼내와 이 가나슈로 채운다.(사진 [9]) 다시 초콜릿을 덮어야 하니 양은 70% 정도가 적당하다. 이것을 다시 굳힌 후 그 위에 녹인 초콜릿을 덮어 또 한 번 굳히면 두 번째 초콜릿이 완성된다.(사진 [10])

다음 생초콜릿 만들기. 초콜릿 소로 사용하고 남은 가나슈를 적당히 덜어 비닐로 싼 후 냉장실에 넣어 굳히면 80%는 끝난다.(사진 [11]) “가나슈는 완전히 굳혀도 딱딱해지지 않고 어느 정도 부드러움을 유지하기 때문에 모양을 만들거나 한입 크기로 썰기 편해요.” 김 교수 말대로 작은 과도로 초콜릿을 잘라보니 슥슥 잘라진다.(사진 [12]) 시중에 파는 생초콜릿의 90% 완성.

나머지 10%를 채워 진짜 생초콜릿을 만들자. 그릇에 코코아 파우더를 담고 한입 크기로 자른 생초콜릿을 넣어 인절미 콩고물 묻히듯 골고루 묻혀주면 모든 작업이 끝난다.(사진 [13])

생초콜릿을 굳히는 시간까지 약 5시간 동안 총 3종류의 초콜릿을 만들었다. 약 600g의 초콜릿을 사용해 막대 초콜릿 12개, 소를 넣은 초콜릿 9개 외에 작은 크기의 생초콜릿 수십 개를 만들 수 있었다. 기자의 지인들을 대상으로 한 품평회 결과는 “네가 이런 재주도 있었느냐”였다. 요리에 소질 없는 기자의 실력을 감안하면 성공. 독자 여러분들도 연인들에게 높은 별점을 받을 수 있길 기대한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사진=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 이 기사의 취재에는 본보 대학생 인턴기자 손덕호(26·고려대 사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 장보기

카카오버터 들어간 유럽산 초콜릿 써볼까

초콜릿 만들기 실습 하루 전 김성미 교수와 서울 중구 주교동 방산시장을 찾아 재료로 쓸 초콜릿과 필요한 도구를 구입해 봤다.

먼저 들른 곳은 재료 가게.

“재료부터 잘 골라야 합니다. 시중에 파는 초콜릿으로는 제대로 된 수제 초콜릿을 만들 수 없어요. 진짜 초콜릿을 사용해 만들어야죠.”

김 교수가 말하는 진짜 초콜릿의 기준은 카카오버터다. 원료 초콜릿 제품의 뒷면 성분표시를 보면 ‘초콜릿’이라고 써진 제품과 ‘준초콜릿’이라고 써진 제품이 있다. 초콜릿은 카카오버터가, 준초콜릿은 카카오버터 대신 식물성 유지가 들어간다.

시중에서 파는 대부분의 초콜릿은 식물성 유지를 사용한 준초콜릿에 해당한다. 카카오버터가 들어가는 ‘초콜릿’은 제조 과정에서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대량생산이 어렵다. 보관 기간도 1주일에서 길어야 한 달로 훨씬 짧다.

또 초콜릿은 되도록 프랑스, 벨기에 등 유럽산 제품이 동남아산보다 훨씬 품질이 좋다는 것이 김 교수의 조언이다. 대신 가격은 250g에 1000원 정도 차이가 난다. 벨기에산은 250g에 3000원 정도.

원료용 초콜릿을 구입하기 힘들다면 시중에 파는 카카오 함량 50% 이상의 다크초콜릿을 써도 큰 무리는 없다. 참고로 원료용 초콜릿의 카카오 함량은 58% 내외다.

초콜릿을 만들 때 필요한 도구는 둥근 모양의 그릇인 ‘볼’(크기에 따라 4000∼1만5000원), 녹은 초콜릿을 휘저을 주걱(5000원 내외), 초콜릿 모양을 찍을 형틀인 ‘몰드’(일반인용은 1000원 선, 전문가용은 수 만 원), 온도를 잴 온도계(1만5000∼2만 원) 등이다. 추가로 초콜릿을 짜는 짤틀(비닐로 된 것 10개들이 1000원)을 구입하면 편하고, 여유가 있다면 두고두고 쓸 수 있는 저울(2만∼5만 원)도 하나 사면 좋다.

방산시장은 지하철 2, 5호선 을지로4가역 6번 출구로 나가면 바로 앞이다. 주차시설이 200여 대 규모로 크지 않으니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 김성미 교수는…

일본어 강사로 일하다 초콜릿에 매력을 느껴 1999년 런던 유학길에 올랐다. ‘르 코르동 블뢰 제과학교’에서 제과제빵을 공부한 후 런던 리츠호텔 디저트부 셰프, 파리 초콜릿 전문점 레지스브위 쇼콜라티에를 지냈다. 2001년 귀국해 수원여대 제과제빵과에서 강의를 맡고 있는 대한민국 쇼콜라티에 1호. 2003년부터 서울 서초구 반포1동에 ‘빠드두’라는 수제 초콜릿 전문점을 열고 다양한 수제 초콜릿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