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앤크라이존에 들어선 김연아(19·군포 수리고)는 점수가 발표되기 전부터 연기에 만족한 듯, 환하게 웃고 있었다. 한국취재진과 만난 김연아는 “지난 시즌보다 전체적으로 점수가 높아진 것 같다. 그랑프리 파이널 때도 실수를 했는데 65.94점이나 나왔다”면서 “실수만 없으면 70점을 넘길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역대)최고점이 나올 줄은 몰랐다”고 했다. 점수가 발표되는 순간, 김연아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가녀린 두 손을 얼굴로 가져갔다. 자국선수들을 2,3위로 밀어냈지만 캐나다 관중들조차 기립박수로 명연기에 화답했다.
최고점을 낼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서는 “지난 두 시즌 동안 매번 2월께 부상을 당해 마무리가 좋지 않아 건강한 몸을 만들려고 애를 썼다”며 꾸준한 체력관리를 꼽았다. 김연아는 연기 막판 실수를 범했던 2008 그랑프리 파이널과는 달리, 이 날 경기에서는 연기가 마무리 될 때까지 흔들림 없는 카리스마를 뽐냈다. “솔직히 연기를 하면서 어느 순간 실수가 나올지 몰라 끝까지 긴장을 풀 수 없었다”며 집중력도 강조했다.
경기 전부터 논란이 됐던 링크의 좁은 세로축도 ‘여신’의 비상을 막을 수는 없었다. 김연아는 “경기를 치르기 전에 링크가 좁다는 생각도 했지만 미국과 캐나다에서 경기를 많이 해봐서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다”며 “동계올림픽이 열리게 될 링크인 만큼 좀더 긴장되긴 했지만 다른 때와 똑같은 느낌으로 연기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대회 우승과 2010밴쿠버 동계올림픽에 대한 욕심도 감추지 않았다. “이 느낌 그대로 프리스케이팅까지 가고 싶다. 내년 동계올림픽이 열리게 될 밴쿠버에서 최고점을 깨서 기분이 좋다”며 웃었다. 브라이언 오서(48·캐나다) 코치도 “매우 자신감이 넘쳤고 표현력도 뛰어났다. 모든 요소에서 환상적인 연기를 펼쳤다”며 김연아의 기를 살렸다.
최악의 부진으로 6위까지 떨어진 동갑내기 라이벌 아사다 마오(일본·57.86점)에 대해서는 담담한 반응이었다. 김연아는 “주변에서 항상 아사다와 비교를 많이 하지만 특별히 어떤 특정한 선수에게 신경을 쓰고 싶지 않다. 항상 그래 왔듯이 나 자신에게 더 집중하고 싶다”고 했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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