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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탈리아서 만난 니폼니시 감독] 니폼니시 “찜해 둔 한국선수 있다”

입력 | 2009-02-06 08:11:00


그는 신사였다. 경기가 있는 날이면 어김없이 정장을 입고나와 예의를 갖췄고, 심판의 어떤 불리한 판정이 나와도 구둣발로는 단 한 번도 잔디를 밟지 않았다. 1994년부터 5년 간 부천 SK를 이끌며 세밀한 미드필드 플레이로 한국 축구에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주인공. 10년이 지난 지금도 ‘니포축구’라는 이름으로 많은 축구인들에게 기억되는 발레리 니폼니시(66). 현재 지휘봉을 잡고 있는 러시아 FC 톰 톰스크 전지훈련을 위해 터키 안탈리아에 와 있는 그를 스포츠동아가 단독으로 만났다. 니폼니시는 특유의 온화한 미소와 함께 “한국 사람을 만나니 너무 기분이 좋다”며 반갑게 악수를 청했다.

○한국선수 영입은 현재진행형

“아직도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습니다.” 니폼니시는 지난 시즌 말 안팎으로 흔들리던 톰스크를 맡아 간신히 강등권에서 탈출시킨 후 올 시즌을 앞두고 리빌딩을 계획하며 한국선수 영입을 강하게 희망했다. 조원희, 정경호, 신영록 등이 물망에 올랐다가 경기 한파로 갑작스레 예산이 축소되며 결국 무산됐지만 그의 러브콜은 현재진행형이다. 니폼니시는 “한국선수들을 누구보다 잘 안다. 스피드가 뛰어나고 무엇보다 팀의 원칙, 규율 등을 지키는 태도가 훌륭하다. 김동진과 오범석 등 한국선수들도 러시아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평한 뒤 “이번에는 재정문제로 실패했지만 언젠가 꼭 영입할 생각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어떤 선수를 염두에 두고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지금 말하면 몸값이 올라가기 때문에 밝힐 수 없다”고 웃음을 지었다.

○“진심으로 한국 사랑해.”

“한국과 한국인, 한국축구를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니폼시니는 “한국은 작은 나라다. 재능 있는 선수들이 빨리 해외로 나가고 그 자리를 유망주들이 채우는 구조가 돼야한다. 또한 유소년축구육성 등을 통해 다음 세대를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자신 만이 가진 노하우를 기꺼이 한국 지도자들과 공유할 뜻도 갖고 있다. 현재 터키에서 연수코치로 활동 중인 최윤겸 전 대전 감독과 전훈을 위해 이번에 터키를 찾은 강철 부산 코치 등 그와 한솥밥을 먹었던 제자들과 이참에 만날 계획을 세운 것도 이 때문. 니폼니시는 “많은 나라에서 지도자를 했지만 한국에서는 선수나 프런트와 일로 갈등을 겪은 적이 없었다. 진심으로 한국을 사랑한다”며 다시 한 번 진한 애정을 드러냈다.

니폼니시가 다시 K리그 무대에 서는 모습은 어떨까. 한국팀을 다시 맡을 의향이 있느냐고 묻자 그는 껄껄 웃으며 “그건 내 아내에게 물어보라”고 답했다. 그의 아내는 니폼니시 이상으로 한국사랑이 대단하다고 한다.

안탈리아(터키) |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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