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래스카의 설원(雪原) 위를 늑대 한 마리가 쫓겨 달려간다. 사냥꾼이 앉아 있는 경비행기가 늑대를 좇는다. 눈밭 위엔 더 이상 늑대가 숨을 곳이 없다. 비행기에서 총성이 울리고 늑대는 붉은 피를 눈밭에 뿌리며 뒹군다….'
미국 인기 여배우 애슐리 주드가 진행을 맡은 야생동물 보호 단체 동영상의 한 장면이다.
알래스카 야생 늑대 사냥을 놓고 세라 페일린 주지사와 주드가 불꽃튀는 비난전을 벌이고 있다.
주드는 최근 워싱턴에 본부를 둔 '야생동물 보호를 위한 행동기금'이 제작한 동영상의 진행자로 등장해 "지난해 여름 페일린이 중앙무대에 등장했을때 그가 잔혹한 항공기 늑대 사냥을 장려한 장본인이란걸 아는 사람은 드물었다. 이제 알라스카에 돌아간 페일린은 다시 야생동물 도살을 확대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주드는 이어 "페일린은 심지어 사살된 늑대 다리를 가져오면 150달러를 지급하는 현상금까지 내걸었다"며 "페일린을 멈춰야 한다. 분별없는 야만성을 중단시켜야 한다"고 호소한다. 총을 맞아 고통스러워 하는 늑대의 모습이 화면 가득 깔린다.
동영상이 인터넷에서 화제를 뿌리며 비난이 쏟아지자 페일린 주지사실은 성명을 통해 "알래스카 야생생태계 통제 프로그램의 진실을 왜곡해 이를 순진한 시민들로부터 기금을 모으는 방편으로 삼고 있는 극단적 과격 그룹은 부끄러움을 배우라"고 반박했다.
페일린 주지사는 "알래스카인들은 야생동물에 식량과 문화를 의존하고 있는데 포식동물이 순록과 무스를 과도하게 잡아먹으면 생태계 시스템이 무너진다. 우리의 야생생태계 통제 프로그램은 취약한 생태 시스템을 보호하기 위한 과학적 프로그램"이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야생동물 행동기금은 5일 반박 성명을 발표해 "페일린은 과학을 말하지만 실제론 아무런 과학적 자료도 내놓지 않고 있다. 알래스카 주 정부는 포식동물 개체수를 신중하게 모니터한 적이 없으며 공중 사냥을 허용하는게 그들의 목적을 달성하고 있다는 어떤 증거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알래스카 주는 5년전부터 항공기를 이용한 늑대 사냥 및 농촌 지역에서의 육지 사냥을 허용하고 있다. 지금까지 800마리 이상의 늑대가 사살된 것으로 동물보호단체들은 주장하고 있다.
야생동물행동기금은 알래스카 주 정부가 항공기 사냥의 허가요건을 더 완화하는 입법을 추진중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야생동물행동기금은 지난 대선 당시에도 페일린의 야생동물 정책을 비난하는 TV광고를 여러 주에서 내보냈고, AP통신 집계에 따르면 100만 달러 가량을 모금했다.
워싱턴=이기홍특파원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