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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책]혼자 눈뜬 아침… 지구 저쪽엔 눈이 올까?

입력 | 2009-02-07 03:01:00


◇일요일 아침 일곱 시에/김순이 글·심미아 그림/30쪽·9800원·보림(4∼6세)

어느 일요일 아침 일곱 시. 엄마 아빠가 아직 밀린 잠에 빠져있을 때 아이가 혼자 눈을 뜬다. 창밖에는 보슬보슬 소리 없이 비가 내리고 있다. 아이는 갑자기 궁금해진다. 다른 동네에도 비가 오고 있을까? 멀리, 비행기를 타야 할 만큼 아주 멀리 떨어진 나라는 어떨까?

상상하는 대상이 넓어지면 아이들은 한 뼘 더 자란다. 내 주위의 작은 세상보다 훨씬 더 넓은 세계를 인식하면서 부쩍 아이에서 어린이가 돼 간다.

주인공 ‘나’는 보라색 잠옷과 머리맡 곰인형을 사랑하는 여자 아이. 일요일 아침 일곱 시에 눈을 뜬 나는 조용한 방안에서 창밖의 보슬비를 보며 다른 세상을 상상한다.

“지금 어딘가에서는 함박눈이 내리겠지.”

이때부터 나는 가고 싶은 곳으로 순간이동을 한다.

첫 번째 여행지는 지구 저편 어딘가 눈이 오는 나라. 옷이 축축해지고 입술이 파래질 때까지 눈밭에서 뒹구는 걸 좋아하는 나는 소복소복 쌓인 눈 위에서 눈사람과 뛰논다. 어느 새 뒤따라온 곰인형과 악어인형이 눈사람 옆에서 깔깔대며 웃고 있다.

이제 다음 여행지로 가볼까. 햇살이 눈부신 사막과 바닷가 모래사장이 궁금해진다. 전갈을 피한 뒤 신나게 물장구친다. 점점 순간이동 속도가 빨라진다. 안개가 자욱한 밀림 속을 지나더니 어느 샌가 달맞이꽃이 환하게 피어나는 한밤중에 어느 으슥한 성에 도착한다. 검은 망토와 모자 차림의 마녀들이 빗자루를 들고 달빛 아래 모여드는 광경을 몰래 지켜보며 숨을 죽인다.

여러 나라를 여행한 내 관심은 이제 친구로 옮겨간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 나처럼 창밖을 바라보는 아이도 있을 것 같아요. 그 아이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그곳도 조용히 비가 내리는 일요일 아침일까요?”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