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했던 일이 현실이 되고 말았다. 지난달 29일, 일부 대의원들의 지지로 대한야구협회장에 가까스로 선출된 강승규 한나라당 국회의원이 ‘왜 아무것도 모르는 정치인이 협회나 KBO(한국야구위원회)의 수장이 돼서는 안 되는지’를 또 한번 보여주고 있다.
취임 후 2일, 단 하루만 협회에 모습을 드러냈던 강 회장은 6일 새 집행부 인사를 단행했다. 보도자료도 협회 직원이 아닌 의원회관 비서진이 작성했고, 팩스만 협회 것을 이용했다.
강 회장은 자신이 취임하는데 ‘일등 공신’ 역할을 한 충남협회 김 모씨를 기획이사에 앉히며 드러내놓고 ‘보은인사’를 실시했다. 김씨는 지난 대의원대회 때 ‘약력’을 ‘양력’으로 잘못 표기한 강 회장의 조잡한 홍보 유인물을 돌려 웃음을 자아낸 인물이다. 강 회장은 이에 그치지 않고 김소식 부회장, 이규석 심판이사, 구경백 홍보이사, 이희수 육성이사, 이상일 KBO 총괄본부장 등 프로야구계에 몸 담았던 인사를 전원 물갈이 했다. 특히 KBO 운영팀장 출신으로 협회 실무 행정을 이끌어 온 이상현 사무국장을 대기발령 시켰다. 한 마디로 이번 인사의 특성은 ‘자기 사람 챙기기’와 ‘KBO와의 결별’을 의미한다.
이번 인사가 강 회장 나름의(그것이 제대로 된 판단이든, 아니면 잘못된 것이든) 소신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자신을 추종하는 일부 몇몇 인사들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라는데 더 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특히 KBO와의 결별은 대다수 아마추어 야구인들의 생각과 동떨어져있다. 자칫하면 아마 야구의 존립 기반을 무너뜨릴 수 있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 KBO는 최근 6년간 연간 10억원, 지난해에는 15억원을 지원했고, 사고단체 판정을 받았던 협회 정상화를 위해 한때 인력까지 파견하기도 했다. 강 회장이 KBO의 지원이 끊기면 협회 재정을 어떻게 마련할 것이라는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있는지도 미지수다. 협회의 재정이 확보되지 못할 경우 아마야구계에서 비리가 만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강회장 사람들’은 야구계에서 신망 대신 비난을 받는 위치에 있는 이들이 대다수다. 뒤늦게 야구 쪽에 발을 들여 놓은 강 회장만 이를 모르고 있는 듯 하다. 야구협회가 거꾸로 가도 한참 뒤로 가고 있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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