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쪽뇌 통해 내부욕구 조절… 화 참는 훈련 효과
한 50세 회사 중역의 이야기다. 그는 승진 소식을 듣고 너무 기뻐 동료들에게 한턱을 내고 2차까지 가서 술을 마셨다. 3차를 가기 위해 술집 계단을 내려가다가 굴러 떨어져 뇌를 다쳤다.
그는 수술 뒤 의식을 회복했으나 앞쪽뇌가 심하게 손상됐다. 앞쪽뇌는 다쳤으나 다행히 기억력은 예전 그대로였고 방향감각과 계산능력도 정상이었다.
그러나 그는 직장에 나갈 수 없게 되었다. 화를 참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회사에서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일을 처리해서 평판이 좋았다. 그러나 사고 이후에는 사소한 일에도 욱하는 증세가 생겼고, 한번 감정이 폭발하면 마구 욕설을 퍼부었다.
그는 운전하다가 앞사람이 갑자기 끼어들었다며 길거리에서 멱살을 잡고 싸우는 일도 생겼다. 앞쪽뇌가 손상되면 흔히 나타나는 조급증까지 생겨 아내에게 요구한 것을 당장 들어주지 않으면 욕을 하고 물건을 집어 던지기도 했다. 부인은 남편이 ‘폭탄 같다’고 했다.
감정센터인 편도체는 대뇌 내부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있다. 감정뇌는 인간의 희로애락을 담당하는 곳으로 이 부위를 자극하면 여러 감정이 느껴지고 맥박이나 호흡수가 변한다. 앞쪽뇌는 뒤쪽뇌를 통하여 들어오는 외부 정보를 조절할 뿐만 아니라 이 감정뇌를 통해 올라오는 내부 욕구를 통합하고 조절하는 관제탑이고 사령탑이다.
화를 잘 내는 사람은 앞쪽뇌가 덜 발달한 사람이다. 반대로 화를 조절할 수 있는 사람은 앞쪽뇌가 잘 발달한 사람이다. 물론 화를 전혀 못내는 사람, 화를 내기도 전에 가슴이 벌렁벌렁하고 큰 소리를 못 내는 사람은 선천적으로 심한 두려움을 가진 사람일 수 있다.
사실 화를 내고 공격적 행동을 보이는 마음을 꼭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이런 마음은 스포츠로 승화되거나, 선의의 경쟁심을 유발하거나, 협상이나 교섭을 잘하는 능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화를 내지 못하는 사람보다는 화를 낼 수 있으나 참을 수 있는 사람이 앞쪽뇌가 더 발달한 사람이다.
일상생활에서 화를 조절하는 연습을 해보자. 3일 동안, 일주일 동안, 한 달 동안 화를 절대로 내지 않는 연습을 하면 앞쪽뇌가 발달한다.
화가 나는 대부분의 이유는 마음속 깊이 숨어 있는 두려움이나 자존심이 건드려졌기 때문이다. 화가 나는 사건이 생겼을 때 ‘무엇이 나의 두려움과 자존심을 건드리는가’에 대해 연구하면 자신을 알아가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 그러면 당신은 화를 참을 수 있으나 필요에 따라 도움이 된다면 화를 낼 수도 있는 앞쪽형인간이 될 것이다.
나덕렬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