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년 인수한 美자회사 특허수입 1억달러 돌파
한때 ‘애물단지’… 디지털 원천기술 뒤늦게 각광
한때 ‘미운오리새끼’ 취급을 받던 LG전자의 미국 자회사 제니스가 지난해 처음으로 특허수입 1억 달러(약 1380억 원)를 돌파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당초 전망치였던 9000만 달러보다 1000만 달러 많은 것으로 불황기 LG전자의 ‘캐시 카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LG전자 고위관계자는 “지난해 제니스가 벌어들인 특허수입은 1억 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며 “올해 역시 1억 달러를 훌쩍 넘길 것으로 기대한다”고 8일 밝혔다.
특히 원-달러 환율이 크게 상승하면서 제니스에서 본사로 유입된 현금은 원화를 기준으로 할 때 당초 기대치에 비해 40∼50% 많아졌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가전사에서 연구개발(R&D) 전문회사로 거듭난 제니스는 미국 디지털TV 방식 원천기술(VSB)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 캐나다 멕시코 한국 온두라스 등 미국식 방송 규격을 채택한 나라에서 디지털TV를 판매하는 회사들은 TV 1대에 3∼4달러의 로열티를 제니스에 지급해야 한다.
LG전자는 1995년 제니스를 6억 달러에 인수했다. 그러나 인수 초기 경영 실적이 나빠 “비싼 돈을 주고 애물단지를 사들였다”는 안팎의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LG전자는 결국 1998년 외환위기 당시 미국 법원에 ‘제니스 기업회생계획’을 신청했다. 이를 계기로 미국 일리노이 주 TV공장과 4개의 멕시코 공장을 정리하는 구조조정을 통해 R&D 전문기업으로 재편했다.
이 과정에서 LG전자는 구조조정비용과 자산매각처분손실, 자산평가손실, 기타 무형자산손실 보전 등을 위해 모두 4억 달러를 추가 투입했다.
이후 제니스는 세계 디지털TV 시장이 급격히 성장함에 따라 기사회생했다. 이 회사는 2006년 2000만 달러, 2007년 6000만 달러의 특허수입을 올렸고 지난해 드디어 1억 달러를 돌파했다.
LG전자 측은 “제니스는 대표적인 M&A 실패 사례로 거론되기도 했지만 디지털방송 원천기술을 포기할 수 없었다”며 “지금과 같은 불황기에 매년 1000억 원 이상의 현금을 꼬박꼬박 벌어다주는 이 회사야말로 효자 중의 효자”라고 말했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