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정전, 승강기 안에 갇혔다… 탈출 방법 영어로 말해볼까”
“딱딱한 수업 NO!” 역할극 동요 등 아이디어 만발
모니터 화면에 영국의 유명 코미디언 ‘미스터 빈’(로완 앳킨슨)이 등장했다. 늦잠을 잔 미스터 빈은 정신없이 치과로 향했다. 운전하면서 옷을 갈아입고 양치질을 하고 양말까지 신는 모습에 학생들의 웃음이 터졌다.
잠시 후 광주 서석고등학교 유희주 교사가 학생들에게 2인 1조를 이루도록 주문했다. 한 학생은 방금 본 장면을 영어로 설명했고, 다른 학생은 들은 내용을 받아 적었다. 수업의 주제는 ‘일상(daily routine)’. 유 교사와 학생들은 영어로 미스터 빈의 하루를 이야기하고 퀴즈를 풀었다.
㈜YBM시사닷컴이 주관하는 초중고 교사 대상 영어수업 경진대회인 ‘YBM TEE Awards’ 결선 대회가 4일 서울 강북구 수유동 서울영어마을에서 열렸다. 10 대 1의 경쟁을 뚫고 결선에 오른 교사 10명(초등부문 5명, 중등 5명)이 학생들에게 20분간 직접 강의하며 수업 노하우를 소개했다.
‘TEE’는 ‘영어로 진행하는 영어수업(Teaching English in English)’이란 뜻. 과제와 활동을 중심으로 영어수업을 함으로써 학생들의 영어 사용 기회를 실질적으로 확대한다는 취지다. 서울시교육청도 최근 영어공교육 강화방안의 일환으로 ‘TEE’를 주 1회 이상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 초등수업 노하우=흥미유발+반복학습
초등 수업에는 영어동요, 그림카드, 역할극 등이 소재로 활용됐다.
경기 용인시 서천초등학교 김은실 교사는 ‘길 찾기’ 게임을 영어수업에 도입했다. 먼저 ‘1=A, 2=B, 3=C…’ 식으로 숫자와 알파벳을 일대일로 매치한 뒤 아이들이 나열된 숫자에 해당하는 알파벳을 하나하나 찾아가다 보면 어느새 목적지로 안내해주는 영어문장이 완성됐다. 학생들은 “Go straight(앞으로 가세요)” “Turn left at the corner(모퉁이에서 왼쪽으로 도세요)” 같은 문장이 만들어질 때마다 소리 내어 반복해 읽었다.
○ 중학수업 노하우=주제토론+과업활동
중등부는 주제를 두고 영어로 토론하거나, 영어로 손수제작물(UCC)을 만들어보는 등 과제의 수준이 다소 높았다.
경기 부천시 성곡중학교 이경진 교사는 영어로 이런 문제를 학생들에게 던졌다. “갑자기 정전이 되는 바람에 여러분이 엘리베이터 안에 갇혔어요. 현재 여러분이 가진 물건으로 어떻게 빠져나올 수 있을까요?”
주어진 물건은 휴대전화와 돌멩이와 초콜릿. 학생들은 우선 휴대전화로 도움을 요청하고, 만약 휴대전화가 안 될 경우 돌멩이로 벽을 두드려 도움을 요청하는 상황을 생생한 몸짓과 영어로 표현했다. 학생들은 “초콜릿을 먹으면서 마음을 달래겠다”고도 말했다.
봉아름 기자 erin@donga.com
▼초등부 대상 부산 반여초교 유경미 교사▼
유 교사는 책을 활용한 수업을 선보였다. ‘팝업 북’을 펼칠 때마다 튀어나오는 깜찍한 벌레모형들의 수를 학생들과 영어로 세면서 대화한 것. 유 교사는 “동화에는 ‘살아있는 영어’ 표현이 많이 있을 뿐 아니라, 그림과 이야기가 풍부해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책을 읽은 후에는 ‘나만의 책’을 만들거나 영어 노래와 역할극을 통해 복습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중등부 대상 인천 인화여고 신지영 교사▼
신 교사는 김치를 주제로 들고 나왔다. 김치를 싫어하는 한 원어민 교사의 동영상 메일을 받은 학생들이 김치의 장점에 대해 이야기한 뒤 답 메일을 보냈다. 메일을 받은 원어민 교사가 김치를 좋아하게 되고 김치의 장점을 설명하는 손수제작물(UCC)을 만들어 인터넷에서 인기를 끈다는 설정. 신 교사는 “토론과 대화를 위주로 한 영어소통은 학생들이 부담을 덜 느껴 말하기 실력을 쌓는 데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YBM TEE Awards▼
㈜YBM시사닷컴이 주관하고 YBM원격교육연수원이 주최하는 전국 초중고교 현직교사 대상의 영어수업 경진대회. 교과서를 기초로 하는 교실수업 동영상과 수업계획안 등을 심사한다. 대상을 받은 교사에게는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학 리버사이드(UCR)에서 3주간 TESOL 프로그램 연수 기회를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