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서구 용촌동 26가구 67명이 ‘옹기종기’
전형적 배산임수에 ‘통나무-벽화 담장’ 아늑
‘정뱅이 마을을 아십니까.’
대전 서구 흑석동 사거리에서 논산 벌곡면 쪽으로 가다 보면 오른쪽으로 호남선 철길이 나온다. 이 철길을 지나 물길을 건너면 나타나는 마을이 바로 정뱅이 마을(대전 서구 용촌동)이다. 갑천과 벌곡천이 호수처럼 휘감고 뒤편에는 산이 자리해 있는 전형적인 배산임수형이다. 26가구 67명이 모여 사는 이 마을의 별칭은 ‘100년 후에도 살고 싶은 농촌’. 휴일인 8일 이 마을을 찾았을 때 독특한 모습의 담장들이 제일 먼저 눈에 띄었다. 통나무를 쌓아 올린 담장, 소나무가 큼지막하게 그려진 벽화 담장, 나무액자처럼 꾸며진 담장 위에는 목각인형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이 마을도 4, 5년 전엔 젊은 층이 떠나고 인구가 줄어드는 여느 농촌과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도심생활을 접고 이 마을로 이사 온 목원대 권선필(행정학과) 교수와 몇몇 주민이 “이대로 가면 마을이 없어질 것”이라며 ‘살고 싶은 마을’로 만들기로 힘을 모으면서 달라지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먼저 주변의 산과 들을 이용한 ‘들꽃축제’를 열었다. 아름다운 경관을 바탕으로 염색체험 농촌체험 등의 행사, 그리고 오리농법 우렁이 농법 등으로 도시민의 관심을 모았다. 또 대전지역 작가들과 공동으로 창작마을 만들기 문화예술제도 열었다.
이름이 조금씩 알려지자 2007년과 2008년에 녹색체험마을, 도시만들기 시범사업, 도농교류센터 마을 등으로 선정돼 다양한 지원을 받기도 했다.
권 교수는 “시골은 낙후된 곳이 아니라 도시민들이 삶의 대안을 발견하는 곳”이라며 “대전 주변의 작은 마을이 창조적인 곳으로 거듭나는 모습을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이날도 마을 입구에는 도농교류센터 신축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소문을 듣고 찾아온 사람들이 마을 관광을 마친 뒤 인근 개울가에서 물수제비를 뜨고 있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