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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 윈도]백화점 입점 업체도 ‘길거리 캐스팅’

입력 | 2009-02-12 02:55:00


최근 현대백화점 목동점에 ‘서호김밥’이란 김밥가게가 문을 열었습니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 카페 골목에서 1990년대 초반 영업을 시작해 방배동 주민, 특히 서문여고 학생들에게 인기인 바로 그 김밥집입니다.

현대백화점의 ‘서호김밥’은 겉보기에 평범하고 매스컴을 탄 적도 없지만 원조 가게의 입소문을 듣고 찾아온 손님들로 북적이고 있습니다.

이 백화점 바이어가 20여 곳의 동네 길거리 맛집들의 맛과 서비스, 위생 등을 암행 조사해 발굴한 곳입니다. 이른바 ‘길거리 캐스팅’입니다.

홍정란 현대백화점 상품본부 부장은 “하루에도 수백 명씩 이용하는 김밥과 떡볶이 등의 스낵 메뉴는 동네 상권 터줏대감을 우선 고려하기로 했다”며 “오랜 기간 사랑받아온 평범한 식당의 기본기(맛)를 고객들이 먼저 인정해 준다”고 말했습니다.

이보다 앞서 지난해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식기매장에 문을 연 ‘채율’이란 그릇가게도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길거리 캐스팅’된 곳입니다.

99.9% 은(銀)에 전통 금속공예기법인 칠보기법으로 동양적인 무늬를 표현한 100% 핸드메이드 공예품을 파는 이곳은 개인 소장용과 외국인 선물용 등으로 중년층 고객에게 큰 인기입니다.

보석상을 통해 소규모로 거래되던 칠보 공예품을 국산 전통 명품 브랜드로 만드는 공방이 가로수길에 생겼다는 소식을 접하고 백화점 측이 먼저 ‘구애’한 경우입니다. 이 가게는 4월엔 현대 압구정 본점에도 문을 열 예정입니다.

롯데백화점 본점 영플라자의 여성의류 편집매장 ‘팝캐스트’의 ‘글래머캣’이란 브랜드도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발굴됐습니다. 일본 도쿄의 패션 감성이 물씬한 니트와 청바지 등이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과거 백화점들은 ‘임대업체’란 말을 듣기도 했습니다. 유명 업체를 입점시킨 뒤 앉아서 수수료만 챙긴다는 비난도 받았죠.

하지만 세상은 달라졌습니다. 매출이 부진하면 아무리 브랜드의 과거 명성이 화려했더라도 백화점에서 사라지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더 새로운 트렌드를 고객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가로수길과 종로구 삼청동 길거리를 헤매는 바이어들을 더 자주 보게 될 것 같습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