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클림트의 황금빛 비밀’전을 찾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가운데)이 신홍순 서울 예술의 전당 사장(오른쪽)과 함께 큐레이터의 설명을 들으며 클림트의 미완성 초상화인 ‘아말리 주커칸들 부인 초상’(1917년)을 보고 있다. 이훈구 기자
싱그러운 풀향기 속으로 봄소풍 떠나볼까
비 온 후
(1898년 유화 80x40cm)
상쾌하다. 비 갠 뒤 더욱 선명해진 초록 풀밭. 그 안에서 말끔히 세수한 구름과 하늘, 청량한 공기, 반짝이는 물방울이 맺힌 꽃들이 어우러진다. 흰색 물감으로 솜사탕처럼 표현한 닭들도 마냥 분주했던 평소와 달리 느긋해 보인다.
정사각형 캔버스를 선택한 후기 풍경화와 달리 ‘비 온 후’는 긴 족자 형태의 초기작으로 희소성이 높다. 인상주의 기법과 더불어 원근법적 깊이에 관심을 두기보다 평면적 그림을 선호한 클림트의 독창적 화풍이 엿보인다. 초록색의 농담을 살리지 않고 균일하게 칠했고 전체 풍경을 흐릿하게 처리해 원경의 포근한 정감이 살아있다.
‘문득 아름다운 것과 마주쳤을 때/지금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면 그대는/사랑하고 있는 것이다/그윽한 풍경이나/제대로 맛을 낸 음식 앞에서/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사람/그 사람은 정말 강하거나/아니면 진짜 외로운 사람이다.’(이문재의 ‘농담’)
사랑하는 누군가가 생각날 만큼 아름답고, 소소한 일로 부글부글 끓던 마음이 금세 여여해질 만큼 평화롭다. 2월에 만난 초록 풍경이 불현듯 우리를 일깨운다. 아, 저만치서 종종걸음으로 달려오는 봄!
02-334-4254, www.klimtkorea.co.kr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다시 한번 오고 싶다” 柳문화 감탄▼
거Ц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