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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푸른 변신’ 옥상에 봄이 오면

입력 | 2009-02-12 07:14:00


대구 한방산업지원센터 ‘약초정원’ 꾸며

휴식 - 연구 한번에… 市, 지원사업 확대

“저기 봐요, 조금씩 꿈틀대는 것 같죠. 6월경엔 노란 기린초꽃이 옥상을 예쁘게 수놓을 겁니다.”

10일 오후 대구 수성구 상동 대구테크노파크 한방(韓方)산업지원센터 4층 옥상. 몇몇 직원이 옥상에 가득한 약초를 둘러보면서 소곤거렸다.

100m² 남짓한 이곳은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여느 건물 옥상처럼 황량한 콘크리트뿐이었으나 11월 ‘약초 정원’으로 바뀌었다.

이 정원에는 기린초를 비롯해 당귀, 맥문동, 작약, 목단, 결명자, 구기자, 익모초, 황귀, 삼백초, 천궁, 오가피, 오미자 등 지난해 말 심은 50여 가지 약초가 첫 봄을 기다리고 있다. 고개를 들어보면 멀리 팔공산이 병풍처럼 보인다.

이곳은 센터 직원 12명의 휴식공간이기도 하다. 이재환(37·경영기획팀) 씨는 “이전에는 옥상에 올라올 일이 거의 없었는데 약초 정원이 생긴 뒤에는 둘러보고 싶은 마음에 종종 올라온다”고 말했다.

이 건물과 붙은 대구한의대병원의 교수들이 ‘연구’ 목적으로 둘러보기도 한다.

정원 입구에는 한약재 견본 80가지가 있으며, 그 옆에는 한약재를 이용해 만든 약품과 화장품 같은 제품이 전시돼 있다. 작은 공간이지만 이곳을 둘러보면 약초가 한약재로 바뀌고 다시 산업화하는 과정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김양희(47·여) 연구원은 “잠시 쉬고 싶을 때 약초 정원에 올라오면 건강해지는 느낌”이라며 “이전의 콘크리트 옥상과는 비교할 수 없는 역할을 해내고 있다”고 만족했다.

정원 조성은 대구시가 일부 비용을 지원한 것이 계기가 됐다.

대구시는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대비해 ‘푸른 대구’를 목표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푸른 옥상 가꾸기’도 한 가지.

지난해 처음 도입한 푸른 옥상 가꾸기 사업에 한방산업지원센터를 비롯해 중구 남산동 보나유치원, 서구 내당동 웰리스천사병원, 수성구 만촌동 교일빌딩 등이 참여했다.

올해 참여를 신청한 것은 수성구 수성2가 대구은행 본점과 수성구 범어동 흥사단 건물 등 59곳.

대구시는 이 가운데 시민들의 이용이 많은 건물을 선정해 지원대상을 확정할 예정이다.

대구시 공원녹지과 이우순 과장은 “옥상이 푸르게 바뀌면 단순히 녹지공간 확보를 넘어 도시의 품격도 아주 달라질 것”이라며 “시에서 모두 지원하기 어렵지만 옥상을 푸르게 가꾸는 데 시민들이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대구시는 올해 시내 전역에 나무 147만 그루를 심어 서대구공단과 염색공단, 경부선 철도변 등에 작은 숲을 조성하고, 53개 초중고교의 벽에 담쟁이를 심을 예정이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