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개월 동안 이어지던 짐바브웨의 극심한 정국 불안이 일단락되면서 파탄에 빠진 경제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야당 민주변화동맹(MDC) 모건 창기라이 총재는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과의 권력 분점 협상을 매듭짓고 11일 총리에 취임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1980년 무가베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 짐바브웨에서 거국 정부가 수립된 것은 처음이다.
1999년 MDC를 창당한 뒤 반독재 투쟁을 이끌며 ‘민주 투사’로 자리 잡아온 창기라이 총리는 정적이었던 무가베 대통령과 함께 정부를 운영하게 됐다.
워싱턴포스트는 새 정부의 장관 자리 31개 가운데 16개는 야당 몫이 될 것으로 내다보면서 “짐바브웨가 새롭게 시작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에 앞서 의회는 5일 총리직 신설을 주 내용으로 하는 개헌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켜 거국 정부를 구성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지난해 3월 대선이 실시된 뒤 개표 부정 의혹과 야당 탄압으로 정국이 혼란을 거듭하면서 짐바브웨는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살인적인 물가 상승과 식량 부족에다 콜레라까지 창궐해 주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지만 무가베 대통령은 손을 놓고 있는 상태다.
창기라이 총리는 취임 직후 “최우선 과제는 경제 안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선 공무원과 군인에게 휴지조각이 돼 버린 짐바브웨달러 대신 외환으로 봉급을 지급해 정부를 안정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그는 최측근 중 한 명인 텐다이 비티 씨를 재무장관으로 임명했고, 학교와 병원 운영을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경제 회복을 위해서는 외국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서방은 아직 무가베 대통령을 믿지 못하고 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