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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김순덕]모두가 경제학자

입력 | 2009-02-13 02:59:00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주 모처럼 사람들을 웃겼다. 경제회복자문위원회 위원들과 민간 경제자문단을 소개하는 자리에서다. “이분들은 경제학자들입니다. 또는 자신이 경제학자라고 생각하는 분들이죠.”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지자 오바마 대통령은 한마디 덧붙였다. “요즘은 모두 자기가 경제학자라고 여기니까요.”

▷21세기 최초, 지구촌 최악의 경제위기를 맞아 경제학자들은 치열한 해법 전쟁을 벌이고 있다. 재정지출을 더 과감히 ‘질러야 한다’는 폴 크루그먼 세력이 대세이지만 같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게리 베커는 후세에 빚만 남긴다며 극력 반대한다. 각국 정부가 재정지출 및 국가역할 확대를 중심으로 케인스주의적 신(新)뉴딜정책을 꾀하지만 이에 대한 평가도 극과 극이다. 미국의 보수우파는 대공황과 실업을 구제한 것은 제2차 세계대전이었으며, 과도한 정부지출은 1970년대의 경기침체와 1980년대의 인플레를 낳았다고 비판한다. 케인스가 재정적자를 겁내지 않은 건 자식이 없었기 때문이라는지적도 나왔다.

▷자기 수정에 나선 경제학자도 있다. 크리스티나 로머는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이던 2007년 3월 “경기회복엔 재정지출보다 감세가 효과적”이라는 논문을 냈는데 미국 국가경제자문회의 의장이 된 올 1월엔 “재정지출이 더 효과적”이라는 논문을 내놨다. 물론 상황이 달라지면 논리도 달라질 수 있다. 프린스턴대 경제학 교수 우베 라인하르트는 “경제학자들이 자기 이론에 이데올로기를 불어넣기는 너무나 쉽다”고 했다.

▷국내 48개 경제 관련 학회가 12, 13일 서울 성균관대에서 2009년 경제학 공동학술대회를 열고 있다. 이 자리에서 좌승희 경기개발연구원장은 “미국의 주택금융위기는 불완전한 시장 때문이라기보다 정부의 반시장적 개입 때문”이라고 발표했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는 감세에 대해 “부유층과 대기업에 혜택이 몰리고 재정만 악화시킨다”고 했다. 어떤 경제학자가 맞는지 ‘국민 경제학자들’은 헷갈릴 정도다. 무슨 주장이든 결국 정치권이 똑바로 판단해서 채택하지 않으면 소용없다. 그래서 “밥통아, 문제는 경제야”가 아니라 “문제는 정치야” 소리가 나오는 모양이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