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이 넘도록 자취를 감췄던 원고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미국 뉴욕타임스는 “셰익스피어의 원본 원고를 찾은 것과 견줄 수 있을 정도” “20세기 미국 문학사에서 최고의 발견”이라고 전했다.
1991년 2월 13일 경매회사 소더비는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 핀의 모험’ 원본 원고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어둠 속에 숨은 원고로 안내해 준 것은 두 통의 편지.
소더비에서 책과 필사본을 담당하는 폴 니드햄은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가 진행하는 트웨인의 저작 수집 프로젝트를 눈여겨보고 있었다. 그중 1887년 트웨인이 쓴 편지에 ‘원고의 전반부를 뉴욕 버펄로 공공도서관에 보냈다’는 언급을 발견한 것이다.
니드햄은 즉시 도서관 측에 트웨인의 원고에 대해 질문했고, 먼지 쌓인 낡은 트렁크에서 ‘허클베리 핀’이 나타났다.
트웨인이 1876∼1888년 잉크로 쓴 665쪽 분량의 원고에는 작가가 자필로 많은 부분을 수정한 표시와 문장 변화가 그대로 담겨 있었다. 창작과정을 보여주는 귀한 자료였다. 첫 문장은 세 번이나 수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더비 조사 결과, 이 트렁크의 주인은 버펄로 도서관의 변호사이자 서적 수집가, 작가의 친구였던 제임스 클루크로 밝혀졌다. 도서관의 장서 전문가인 윌리엄 루스는 “필사본의 나머지 절반은 클루크가 빌려갔다가 돌려주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원본을 둘러싸고 작가의 유족과 도서관, 트웨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간 ‘소유권 전쟁’이 벌어졌다. 원본 원고에 미출간 에피소드가 포함돼 있어 이를 책으로 펴내려는 출판사들의 관심이 높았기 때문이다. 법원은 세 당사자가 판권을 공동 소유하라고 결정했다. 출판사 ‘랜덤하우스’가 1995년 원본 출판권을 얻어냈으며, 가격은 비밀에 부쳐졌다.
지난해 10월 시사주간지 타임은 미국도서관협회와 함께 역대 대표적인 금서 10권을 소개했는데, ‘허클베리 핀’도 그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지금은 교과서에 실리는 ‘고전’이지만, 발간 당시에는 저속한 언어를 사용하고 인종 문제를 건드리는 문장을 썼다는 이유로 공공도서관에 들어가지 못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