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라 클림트 초상 (1880년경 유화 29×20.5cm)
“두 뺨에 살포시 깃든 홍조… 따뜻한 누나야”
‘다섯 살 어린 동생을 업고 마실갔다가/땀 뻘뻘 흘리며 비탈길 산지기 오두막 찾아오던 참대처럼 야무진,/그러나 나와 더불어 산지기 딸인 누나야/.../못난 동생 시인됐다고 그럴 줄 알았다고/머리 쓰다듬던 누나야/병든 엄마 병들었다고 누구보다 먼저 친정 달려와/링거병 꽂고 가는 양념딸 누나야/.../세상의 모든 누나들을 따뜻한 별로 만든/나의 누나야’(반칠환의 ‘누나야’)
클라라도 두 살 어린 동생 클림트에게 ‘따뜻한 별’ 같은 누나였을까. 때로 배를 곯을 만큼 살림이 어렵던 집안의 3남 4녀 중 맏딸. 평생 미혼이었고, 여동생과 함께 클림트가 죽을 때까지 한 집에 살았다. 우울증 앓던 엄마를 돌보느라 독신이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온다.
여성을 대할 때 화가는 ‘호색한’과 ‘순정남’ 사이 정체가 모호했으나 가족한테는 늘 책임감 강한 가장이었다. 장학금으로 미술학교를 다니면서 돈을 벌었고, 훗날 젖먹이만 남기고 세상 뜬 남동생 가족의 생계까지 떠맡았다.
그가 워낙 낯을 가린 탓에 벽화 일을 시작할 때 주로 가족을 모델로 그렸다. 꽃다운 누나의 초상 위로 화가의 얼굴을 겹쳐 본다. 남루했던 시절을 공유한 오누이, 동그란 눈매와 오뚝한 콧날이 닮았다. 02-334-4254, www.klimtkorea.co.kr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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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닷컴 박태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