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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자민당 前現 총리싸움에 혼돈 속으로

입력 | 2009-02-14 02:58:00


아소 다로 총리

고이즈미의 우정 민영화

사실 난 반대했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

화나기보단 웃음이 난다

이대론 선거 못이겨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가 아소 다로(麻生太郞) 총리를 강하게 비난하면서 일본 집권여당인 자민당이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12일 ‘우정민영화 추진 의원모임’에서 최근 아소 총리의 우정민영화 관련 발언에 대해 “화가 난다기보다는 웃음이 날 정도로 어이가 없다”며 “총리의 발언에 신뢰가 없으면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고 비판했다.

고이즈미 전 총리가 명운을 걸고 추진했던 우정민영화 정책에 대해 아소 총리가 최근 “나는 사실 반대 입장이었다”는 등의 비판적 발언을 내놓은 게 그의 심기를 건드린 것. 아소 총리가 뒤늦게 “나중에는 찬성으로 돌아섰다”며 한 발 물러서긴 했지만 고이즈미 전 총리로선 자신의 정체성을 건드린 것으로 보고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당에 대한 영향력과 국민적 인기가 상당한 고이즈미 전 총리가 등을 돌림에 따라 아소 총리는 궁지에 몰리고 있다. 가뜩이나 10%대의 지지율로 고전하는 아소 총리로서는 ‘반(反)아소’ 진영에 공격의 빌미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선거를 앞두고 자민당이 극심한 내분으로 치달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아소 총리에게 뼈아픈 것은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국민 1인당 1만2000엔씩 총 2조 엔의 현금을 지급하기로 한 정액급부금에 대해 고이즈미 전 총리가 부정적으로 언급한 점이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정액급부금 관련 법안이) 중의원에서 꼭 가결해야 할 법안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는 참의원에서 관련 법안이 부결될 게 뻔한 상황이다. 참의원에서 부결될 경우 중의원에서 다시 3분의 2의 찬성으로 재가결해야 법안이 성립한다. 현재 의석 구도로는 자민당에서 최소 16명이 반대하면 법안 처리가 불가능하다.

정액급부금 추진이 좌절되면 아소 총리가 직위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란 게 중론이다.

문제는 당내의 이른바 ‘고이즈미 칠드런’의 동향이다. 2005년 중의원 선거에서 고이즈미 전 총리로부터 공천을 받아 당선한 초선의원을 비롯해 친(親)고이즈미 성향 의원이 ‘아소 끌어내리기’에 본격적으로 나선다면 아소 총리에게는 치명타가 된다.

그러나 고이즈미 전 총리가 이미 “다음 선거 때 정계 은퇴하겠다”며 지역구를 아들에게 넘겨준 데다, 다음 선거의 공천권은 아소 총리가 쥐고 있어 ‘반 아소’ 진영의 운신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일단 자민당은 결속을 다지는 모습이다. 아소 총리는 13일 내각회의 후 “우정민영화 방침에 이견은 없다”고 말했다고 가와무라 다케오(河村建夫) 관방장관이 전했다. 가와무라 장관은 “정말로 죽일 생각으로 때리는 부모는 없다”며 고이즈미 전 총리의 애당심에 호소하기도 했다.

자민당의 내분 양상은 14∼20일 러시아를 방문하는 고이즈미 전 총리가 귀국한 이후 어떤 견해를 보이느냐에 따라 확산과 봉합의 기로에 설 것으로 보인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