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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에서]와호장룡 ‘위풍’이 드래곤볼 ‘허풍’되나

입력 | 2009-02-17 02:55:00


우스꽝스러운 배역 저우룬파

올드팬의 ‘大兄’이미지 상실

시나리오 선택 안목 아쉬워

울긋불긋 꽃무늬 반팔 티셔츠. 한 손에 봉을 꼬나들고 진지한 표정으로 장풍 쏘는 자세를 취한 거구의 중국인 사내.

3월 12일 개봉하는 ‘드래곤볼 에볼루션’에서 무천도사 역을 맡은 저우룬파(周潤發·54)의 촬영 현장을 찍은 사진 속 모습이다. 이 영화는 일본 만화 ‘드래곤볼’을 실사로 옮겼다. 무천도사는 주인공 손오공에게 무예를 전수하는 스승이다.

예고편 동영상에서 저우룬파는 한 손으로 무천도사의 장기인 ‘에네르기파’를 쏜다. 특수효과의 도움으로 저우룬파는 손에 노란색 ‘에네르기’를 모은 장면을 연출한다.

만화에서 ‘거북도사’로도 불리는 무천도사는 등에 거북 등딱지를 짊어지고 다닌다. 심각한 표정의 저우룬파는 1990년 한국에서 만들어진 ‘드래곤볼’ 실사 영화의 심형래처럼 우스꽝스러운 등딱지를 짊어지진 않았다. 영화가 만화 캐릭터만 가져오고 이야기 설정을 새롭게 만든 까닭이다.

하지만 영화에서 무술 시늉을 하는 저우룬파의 모습은 카리스마 넘쳤던 ‘영웅본색’의 열혈남아와 대조적이다. 할리우드로 무대를 옮긴 뒤 아우라를 잃어가던 그가 이 영화에서 ‘동양인 조연 전문 배우’로 자리를 굳혔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영화계에서는 그의 주가가 추락한 원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시나리오 선택을 들고 있다. 그는 우위썬 감독의 ‘적벽대전’ 시리즈에서 주유 역을 맡겠다고 했다가 돌연 불참을 선언했다. 당시 중국 언론은 “저우룬파의 부인이 개입해 개런티를 지나치게 많이 요구했다”고 비판했다.

적벽대전 대신 그는 중국 독일 미국이 합작한 영화 ‘황시’를 선택했다. 이 영화는 지난해 9월 한국에서 개봉해 관객 13만여 명을 모으는 데 그쳤다.

저우룬파는 1997년 ‘에이리언4’의 조연도 거절한 바 있다. 각본을 쓴 조스 웨든은 “저우룬파를 염두에 두고 집필했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워쇼스키 형제가 제안한 ‘매트릭스’의 모피어스 역도 거절한 그가 비슷한 시기에 출연한 영화는 ‘리플레이스먼트 킬러’ ‘왕과 나’ 등이다. 이후 리안 감독의 ‘와호장룡’(2000년)으로 예전의 위풍을 되찾는가 했지만 그 뒤 선택은 팬들의 기대와 거리가 있었다.

무천도사 역의 저우룬파는 어떤 평가를 받을까. 작품 선택에 대한 팬들의 아쉬움이 이번 영화로 풀릴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