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국사람” 애국가 저작권 무상기증
코리아에 깊은 애정 남기고 남편 곁으로
‘애국가’를 작곡한 고 안익태(1906∼1965) 선생의 부인 로리타 안(마리아 돌로레스 탈라베라·사진) 여사가 16일 오전 11시(현지 시간) 스페인 마요르카 섬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4세.
딸 엘레나 씨는 16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안하게 임종하셨다”고 전했다. 그는 “그간 한국인들이 보내준 따뜻한 애정을 어머니는 항상 감사해했다”며 “지상에서 아버지와 나눈 추억을 품고 어머니는 천국으로 아버지를 만나러 갔다”고 말했다.
스페인 출신인 고인은 1946년 마요르카 오케스트라 지휘자로 부임한 안 선생과 결혼했으며 선생이 59세를 일기로 작고한 뒤에도 한국 국적을 보유했다.
2005년 내한해 ‘애국가’ 저작권을 한국 정부에 무상으로 기증했다. 당시 외손자 미겔 익태 안 기옌 씨는 “할아버지께서 한국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한국민이 언제나 부를 수 있도록 애국가를 만드셨기 때문에 당연히 애국가는 한국의 것”이라고 말했다.
고인은 2002년 한일 월드컵 8강전인 한국-스페인전을 앞두고 “나는 한국사람”이라면서 “스페인전에서 한국팀이 이기기를 바라는 건 당연하다”며 남편의 조국에 각별한 애정을 표하기도 했다.
2006년 12월에도 셋째 딸 레오노르 씨와 함께 서울을 방문해 ‘안익태 탄생 100주년 기념 음악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남편이 그랬듯 우리도 늘 한국을 그리워한다”고 말했다.
안 선생은 1946년 마요르카 섬에 정착한 뒤 그곳에서 생을 마감했다. 장례식은 18일 오후 7시 반에 열리며 유족으로 아나 세실리아, 엘레나, 레오노르 씨 등 3녀가 있다.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