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남녀 프로농구는 2년 연속 동부와 신한은행의 독주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동부는 50일 가까이 선두를 질주하고 있으며 신한은행은 지난달 29일 정규 시즌 우승을 확정지은 데 이어 16일 역대 최다 타이인 15연승을 달성했다.
지난해 통합 챔피언에 오른 뒤 다시 코트를 평정하고 있는 동부 전창진 감독(46)과 신한은행 임달식 감독(45)은 비슷한 점이 많다.
고려대 1년 선후배인 이들은 스타 출신은 아니다.
전 감독은 삼성 농구단에서 선수들을 뒷바라지하는 주무 생활을 거쳐 사무국 직원으로 10년 넘게 일했다. 임 감독은 아마추어 현대 시절 구타 사건에 휘말려 은퇴한 뒤 한정식집을 운영했다.
그래도 농구를 향한 미련을 버릴 수 없어 전 감독은 뒤늦게 코치로 변신해 지도자의 기초부터 닦았다. 임 감독은 공도 몇 개 없던 지방의 대학농구 2부 리그 팀을 맡아 코트에 복귀했다.
일부에서는 이들을 “선수 복이 많을 뿐”이라고 평가절하하기도 한다. 동부는 김주성이 버티고 있으며 신한은행은 전주원, 정선민 등이 뛰고 있어 다른 팀의 부러움을 산다.
하지만 구슬도 꿰어야 보배가 된다.
이들 감독은 특정 선수에 의존하기보다는 강력한 카리스마를 앞세워 스타들의 솔선수범과 성실한 태도를 강조한다. 비시즌 동안 곡소리가 나올 정도의 고된 체력훈련을 실시하고 탄탄한 수비와 조직력을 강조하는 것도 닮았다.
고참이나 후보들에 대한 배려도 남다르다. 전 감독은 가드가 약하다는 주위의 평가를 반박하려고 구단 홈페이지에 선수들을 칭찬하는 글까지 올렸다. 임 감독은 강영숙과 이연화 등을 발굴해 전력을 끌어올리는 한편 공개석상에서 자주 치켜세웠다.
선수 기량을 고르게 끌어올린 덕분에 동부는 김주성과 표명일, 신한은행은 하은주, 최윤아, 정선민 등이 부상을 겪었지만 헤쳐 나갈 수 있었다.
지도자로서 뒤늦게 농구 인생의 꽃을 피우고 있는 전 감독과 임 감독. 야인 생활을 통해 터득한 다양한 경험이 이들에게는 소중한 자산인 셈이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