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차관, 교사-학부모와 의견 교환 17일 교원평가 선도학교인 서울 동대문구 전곡초등학교를 방문한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제1차관(왼쪽에서 두 번째)이 교직원, 학부모들과 학업성취도 평가 및 교원평가제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이 차관은 일주일에 한 번 이상 학교 현장을 찾는다. 사진 제공 전곡초등학교
■‘교원평가제 모범사례 서울 전곡초’ 이주호 차관 동행취재기
재개발 지역에 위치한 전형적 교육취약 환경
他학교 교원평가 반대할 때 교사 92%가 찬성
학부모 “선생님들 노력하는 모습에 믿음 커져”
“다면평가가 자칫 인기투표로 흐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는데 어떤가요?”
“교원평가 설문 문항에 불만이 있을 수도 있을 텐데 어떤 점이 나쁜가요?”
17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전곡초등학교 1층 시청각실에는 전병식 교장과 교사 3명, 학부모 2명과 학생 2명이 모여 앉아 있었다.
그 틈에서 교원평가제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고 있는 이는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제1차관. 그는 17대 국회의원 시절 앞장서 교원평가제 법안을 발의했다.
차관으로 교육계에 돌아온 그는 교원평가제를 시범실시하는 이 학교를 찾아 실제 현장에서 교원평가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문제점은 없는지에 대해 참석자들과 얘기를 나눴다.
전국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된 학업성취도 평가의 결과가 처음으로 지역별로 공개된 다음 날이라서인지 교사와 학부모의 질문이 쏟아졌다.
참석자들의 관심은 교원평가제가 적극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전곡초등학교의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에 집중됐다.
2008년 한 해 동안 교원평가제를 시행한 결과 3학년을 대상으로 실시되는 기초학력진단평가에서 학습 부진 판정을 받은 학생이 2006년 28명, 2007년 11명에서 8명으로 줄었던 성과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재개발 지역 한가운데에 있는 이 학교는 인근에 영세한 소규모 공장이 몰려 있는 전형적인 교육 취약 환경. 부모가 없거나 한쪽만 있는 가정이 많고, 12명 중 1명은 점심을 지원받아야 할 정도로 형편이 어려운 아이가 많다.
그러나 이 학교의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는 관할 동부교육청 가운데 상위권을 기록했다.
국어 수학 영어 사회 과학 전 과목에서 기초학력미달 비율이 동부교육청 평균의 절반 정도에 불과했다. 보통학력 이상 비율은 동부교육청 평균을 웃돌았다.
국어는 보통학력 이상 학생이 86.6%로 서울 평균(82%)보다도 많았다.
경제수준이 훨씬 높은 인근 초등학교가 5과목 모두에서 기초학력미달 학생이 서울 평균보다 많은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전 교장은 “다른 학교는 교원평가제에 반대하는 여론도 많다지만 우리 학교는 지난해 처음 시작할 당시 선생님들의 찬성률이 92.3%였다”면서 “잘 가르쳐 보자는 선생님들의 열의가 기초학력에 미달하는 아이가 없도록 이끈 힘”이라고 말했다.
전 교장과 학부모들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교원평가에 연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창의력, 예절 교육 등 복합적인 성과를 함께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교사들은 교원평가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자율 연수를 많이 받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신정희 교사는 “예전엔 연수는 그냥 의무로만 생각했다”면서 “그런데 교원평가를 하고 성과급에 연수시간을 반영하다 보니 연수 참여도가 높아지고 자연스럽게 교과 등 실제 교육에 도움이 되는 연수를 찾아 듣게 됐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다면평가를 위해 학부모와 4학년 이상 학생들이 교사를 평가하고 있다.
5학년생 학부모 이정희 씨는 “교원평가를 위한 공개수업을 들어보니까 노력하는 교사들의 모습이 보이고 학교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한 시간 가까이 이들의 이야기를 들은 이 차관은 “학업성취도 평가와 교원평가가 좋은 결과를 맺을 수 있도록 더 고민하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학업성취도를 높이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교사의 열의와 노력”이라면서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교원평가에 연계해 노력하는 교사는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