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윈난 성을 여행하다가 시골 학교의 붉은 벽에서 ‘學而不厭(학이불염), 誨人不倦(회인불권)’의 문구를 보았다. ‘논어’ 述而편의 이 장에서 따온 것이다.
默(묵)은 묵묵하다는 뜻이다. 뒤의 而(이)는 부사어를 동사에 순하게 연결해주는 기능을 한다. 識는 ‘알 식’과 ‘표할 지’의 두 음과 뜻이 있는데 여기서는 ‘표할 지’이다. 默識(묵지)란 공부한 내용을 묵묵하게 마음에 새겨두는 일을 말한다. 길에서 들은 내용을 곧바로 길에서 떠드는 道聽塗說(도청도설)과 정반대이다. 學而不厭(학이불염)의 而는 ‘∼하면서’의 뜻을 나타낸다. 싫어할 厭(염)은 힘들어해서 厭症(염증) 느끼는 것을 말한다. 不厭(불염)은 싫어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誨(회)는 사리에 어두운 사람에게 말로 가르친다는 뜻이다. 倦(권)은 피로하다, 게을리 하다의 뜻이고 誨人不倦(회인불권)은 남 가르치길 게을리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何有於我哉(하유어아재)는 ‘어느 것이 내게 있는가’로도 풀이할 수 있고, ‘무슨 어려움이 내게 있겠는가’나 ‘이것 말고 무엇이 내게 있으랴’로도 풀이할 수 있다. 앞의 풀이라면 공자가 저 세 가지에 대해 부족하다고 겸손하게 말한 뜻이 된다. 주희의 해석이 그랬다. 하지만 정약용이 말했듯이 공자는 誨人不倦을 늘 自任(자임)했다. 따라서 이 구절은 ‘이 세 가지라면 무슨 어려움이 내게 있겠는가’로 풀이하는 것이 좋겠다.
‘맹자’는 공자가 “성인의 경지에는 나는 이를 수가 없다. 나는 배우되 싫증을 내지 않으며, 남 가르치길 게을리 하지 않는다”라고 한 말을 실어 두었다. 공자는 늘 학문과 교육을 스스로의 責務(책무)로 인식했던 것이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