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실 학업성취도 발표 일부 오류 파장
타교육청서도 오류 나올땐 평가제도 ‘치명상’
교과부 현장조사 겉핥기… 전면적 재검토 필요
전국 차원 학력평가는 전국 단위로 채점해야
전북 임실의 학업성취도 채점과정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16일 공개된 2008년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전반의 신뢰도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다른 지역에서도 이 같은 문제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자체를 신뢰할 수 없다는 극단적인 비난 여론까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임실의 경우 매우 예외적인 ‘사고’이며 다른 지역의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우리 교육 사상 처음으로 전국의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된 이번 평가에서 기초적인 채점 및 성적 관리가 엄격하게 이뤄지지 못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만큼 이명박 정부가 추진해온 학업성취도 평가는 치명적인 상처를 입게 됐다.
임실의 채점에 문제가 생긴 이유는 성적 처리가 부실한 데 있다.
전국 차원의 학업성취도 평가라면 전국 단위의 일괄적인 채점이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2008년 10월의 학업성취도 평가는 각 학교에서 채점을 실시했다.
2007년까지는 전국 학생의 3%만을 표본 채집해 평가를 실시했기 때문에 전국 단위의 채점이 가능했다. 하지만 2008년에는 전국 모든 학생(135만 명)이 평가 대상이었다. 교과부가 일괄적으로 채점을 하기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결국 표집 평가 대상인 전국 5%의 학생만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채점을 담당하고 나머지는 각 학교 또는 지역교육청이 채점을 맡는 불완전한 상태로 평가가 진행됐다.
일선 학교가 자체적으로 채점을 하고, 별다른 검증 과정 없이 지역교육청에 일방적으로 보고하는 시스템이었기 때문에 임실과 같은 사례는 ‘예견된 사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임실 교육청뿐만 아니라 다른 학교 또는 지역 교육청 단위에서도 채점 오류 또는 성적 조작이 충분히 있을 수 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강남구 소재 공립 G고등학교도 채점 담당 교사가 착오를 일으키는 바람에 시 교육청이 교과부에 ‘실제 성적’을 보고하지 못했다. 시 교육청 관계자가 “이 학교만 유독 기초학력 미달자가 너무 많아 실사를 벌인 결과 담당 교사가 초등학교용 채점 프로그램을 사용해 점수가 잘못 나온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할 정도다.
더 큰 문제는 교과부가 현장 실사를 실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이 같은 문제를 걸러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교과부는 일부 학교에서 시험 거부 또는 백지 답안 제출 사태가 발생해 시험 결과 분석의 공정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1월 말부터 2월 초에 걸쳐 현장 실사까지 벌였다. 그런데도 임실과 같은 사례가 걸러지지 않은 이유는 개별 학교의 답안지를 일일이 확인한 것이 아니라 학교 및 지역교육청의 보고를 재확인하는 수준에 그쳤기 때문이다.
현장 실사까지 벌였다는 교과부가 엉터리 데이터를 발표한 꼴이 돼 버린 셈이다.
교과부는 언론을 통해 임실의 조작 의혹이 제기되자 18일 밤 뒤늦게 “전북교육청에 다시 정확한 실태를 보고하도록 조치했으며 이를 확인한 뒤에 교과부 차원의 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교과부 관계자는 “나머지 학교의 평가 결과에 대해서도 다시 전반적으로 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면서 “2008년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전면적으로 재분석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