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캄한 6000m 심해서 목표물 완벽 추적
2006년 10월 26일 동해 울릉도 인근 바다 밑 2050m에 태극기를 꽂았다.
1주일 후에는 서태평양 필리핀해 5775m 해저 잠항에 성공했다. 동해의 크고 작은 해저산을 정밀 탐사하고 1450m 해저 분구에는 ‘해미래 마운드’라는 이름을 붙여 우리의 해저영토를 확장했다.
만 두 살인 심해 무인잠수정 ‘해미래’의 눈부신 활동 이력서다.
해미래를 개발한 한국해양연구원은 후속모델인 지능형 자율 무인잠수정 ‘이심이6000’ 개발에 나섰다. 고난 끝에 바다 세계를 평정했다는 우리 전설 속의 물고기 이심이로 이름을 지은 것은 조만간 이 분야 최고가 되겠다는 다짐이다.
▽“우주선 개발과 맞먹는 성과”=깊은 바다는 각종 자원의 보고다. 에너지 등 인류가 직면한 문제의 해결에 실마리를 제공할 가능성을 갖고 있다.
하지만 깊은 바다는 인간의 접근을 쉽게 허용하지 않는다. 10m 깊어질 때마다 1기압씩 높아져 200m 이상 들어가면 햇빛도 끊어진다. 심해 화산대 분출구의 용출수 온도는 350도에 달한다. 그래서 바다 깊이 내려가는 데에는 우주 항해에 사용되는 첨단기술이 필요하다.
한국해양연구원 분원인 대전 대덕연구단지 내 해양시스템연구소는 심해용 무인 잠수정 개발에 나서 5년 만인 2005년 5월 미국 일본 프랑스에 이어 세계 네 번째로 6000m급 무인잠수정 해미래를 개발했다. 6000m급은 전 세계 해양의 98%를 조사할 수 있다.
지질 및 생태계 연구, 심해 광물자원 탐사, 극지연구 등 다목적용인 이 잠수정은 길이 3.3m, 폭 1.8m, 높이 2.2m, 무게 3.2t이다. 속도는 1∼1.5노트. 6개의 프로펠러로 자유롭게 이동하며 2개의 로봇팔과 8개의 비디오카메라, 수중조명장치 등이 설치돼 있다.
초음파 위치추적 장치와 관성 속도 센서를 융합해 6000m 심해에서도 오차범위 5m 이내로 목표물을 추적한다.
▽“3, 4년 후 미국 등과 어깨 나란히”=해미래는 2007년 동해 바다 밑 메탄가스 분출 지역에서 첫 생태환경 조사를 벌였다. 이판묵 해양탐사장비연구사업단장은 “해미래의 동해 탐사는 국내 첫 우주선 발사에 비견될 성과”라며 “앞으로 서태평양 클라리온 클리퍼톤 해역의 망간 수집 작업에도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해미래로 우리 바다의 미래는 밝아지고 있지만 개발 과정에선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통상적으로 제품을 개발할 때에는 여러 개를 만들어 시험을 하지만 잠수정은 워낙 고가여서 그럴 수가 없었다. 또 변화무쌍한 바다는 늘 겸허한 자세를 요구한다. 수심 6000m용이지만 때에 따라선 수심 20m에서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사업단은 2010년까지 이심이6000을 개발하기로 하고 현재 수심 100m에서 활용이 가능한 ‘이심이100’을 개발한 상태다.
이심이는 케이블로 연결된 해미래와는 달리 무선이어서 조류가 강한 곳에서도 거침없이 활동한다. 다만 음향통신과 원격제어 등을 위한 별도의 첨단 기술이 필요하다.
이 단장은 “선발 주자인 미국과 일본 등이 무인 무선 잠수정 개발에 앞서 있지만 3, 4년 내에 따라잡을 수 있을 만큼 우리도 기술을 축적하고 있다”며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생물과 자원이 많은 해저는 무한한 보물창고와 같아 선점하면 국가 경쟁력을 크게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1973년 한국과학기술연구소 부설 해양개발연구소로 출발한 해양연구원(본원 경기 안산시) 강정극 원장은 “해양환경 보존, 미래자원 개발, 지구환경 연구, 해양개발 및 공간 이용 등 4가지 중점 과제를 훌륭히 수행해 국가와 국제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대덕연구단지 내의 연구소와 벤처기업에 관련된 것으로 소개할 만한 내용이 있거나 이 시리즈에 대한 의견이 있으면 동아닷컴 대전지역 전용 사이트(www.donga.com/news/daejeon)에 올려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