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4명 새 생명 찾았다
“돈이 없어 심장병을 치료하지 못하는 어린이들을 돕는 데 국경이 있을 수 없지요.”
11일 오후 경기 부천시 소사구 소사본1동 세종병원 1층 출입문.
지난달 23일 입국해 이 병원에서 무료 심장병 수술을 받아 건강을 되찾은 팜쭝득 군(3)을 비롯해 6명의 베트남 어린이가 의료진에 머리를 숙여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이들 어린이는 모두 선천성 기형 심장을 갖고 있어 그동안 마음껏 뛰어놀 수 없었다.
일찍 수술하면 완치될 수 있으나 때를 놓치면 평생 심장병을 안고 살아가거나 자칫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베트남에는 첨단 의료시설이 부족한 데다 이들 어린이의 가정은 매달 한국 돈 2만 원 정도의 수입으로 살아갈 정도로 가난하다. 그러니 수술은 꿈도 꾸지 못할 형편.
이 소식을 전해들은 세종병원이 이들에게 삶의 희망을 안겨준 것이다. 1982년 설립된 이 병원은 정부가 지정한 심장·혈관 전문병원이다.
팜쭝득 군의 어머니(35)는 “태어나자마자 심장병 진단을 받았으나 가난해 수술을 받지 못했다”며 “지금은 아들이 어려 수술 사실을 모르지만 자라면서 늘 ‘한국은 고마운 나라’로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1989년 처음으로 중국 동포 어린이에게 무료로 심장 수술을 해준 이 병원은 지난해까지 해외 어린이 698명에게 희망을 안겨줬다.
이번에 베트남 어린이 6명에게 환한 웃음을 되찾게 해줘 이 병원에서 수술한 심장병 어린이는 700명을 넘어섰다. 몽골, 러시아,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파푸아뉴기니 등에 이르기까지 19개국의 극빈층 어린이가 혜택을 받았다.
심장병 어린이 1명을 수술하는 데 드는 비용은 약 1500만 원. 이 가운데 700만 원은 병원에서 부담한다. 나머지 800만 원과 어린이와 부모 등의 항공료와 체재비는 한국선의복지재단에서 돕고 있다. 한국심장재단, 여의도순복음교회, 세이브 더 칠드런과 같은 사회복지단체, 종교단체, 그리고 부천시가 함께 지원하고 있다.
흉부외과 의사인 박영관 이사장은 “선천성 기형 심장을 갖고 태어났지만 조기에 수술하면 보통 사람과 같이 살 수 있는 어린이가 세계에 너무나 많다”며 “힘이 닿는 데까지 심장병을 앓고 있는 세계의 빈곤층 어린이를 돕겠다”고 말했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