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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광장/모종린]대통령과 야망

입력 | 2009-02-20 02:56:00


이명박 정부의 1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가장 기본적인 질문부터 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역사에 남을 위대한 대통령이 되기를 진정으로 원하는가? 그렇다면 이를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역사는 위대한 대통령의 두 가지 유산을 보여준다. 첫 번째가 대통령의 이념이다. 이념은 대통령이 국민에게 제시하는 국정운영의 지표이자 미래비전이다. 퇴임 후에도 국민 다수가 지지하는 이념을 남긴 통치자만이 위대한 대통령으로 기억된다. 두 번째 유산은 새로운 지배세력이다. 위대한 대통령은 자신의 이념을 계승할 새로운 정치세력을 성공적으로 규합한 대통령이다.

20세기 미국 역사에서 위대한 대통령으로 평가받는 로널드 레이건과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도 이 두 가지 과업을 이룬 지도자다. 레이건은 1980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온 신자유주의(Neo-Conservatism) 시대를 연 위대한 대통령이다. 신자유주의 시대는 신자유주의 이념과 레이건 연합(Reagan Coalition)이라는 정치세력이 조화를 이뤘기 때문에 가능했다. 레이건 시대 이전의 미국은 1930년대 경제공황을 극복한 후 50년 동안 유지된 루스벨트 대통령의 뉴딜이 석권하던 시대였다. 뉴딜시대의 기반도 뉴딜정책과 더불어 이를 지지하는 뉴딜정치연합이었다.

새로운 보수주의 모델 없나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 국민은 역대 지도자 중 박정희 대통령을 가장 높게 평가한다. 박 대통령이 개발국가 이념과 산업화 세력이라는 뚜렷한 이념과 확고한 지지기반을 남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대통령은 집권한 지 1년이 지났는데도 자신의 이념이 무엇이며 이를 추진할 정치세력이 누구인지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이 대통령은 실용주의 명분을 내세워 이념화를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여의도 정치에 대한 비우호적 정서로 적극적인 정치를 펼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아무리 실용주의를 표방한다고 해도 이명박 정부는 태생적으로 보수주의 정부다. 지난 대선에서 국민이 이 대통령을 보수 진영의 후보로 지지하고 선택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대통령은 보수주의가 자신이 추구해야 할 이념임을 인정하고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보수주의 이념을 정립하는 과제를 최대의 목표로 삼아야 한다.

이 대통령의 보수주의는 대한민국 선진화를 위한 포괄적 보수주의가 되어야 한다. 경제보수주의만으로는 보수 진영을 통합할 수도, 국민이 요구하는 가치를 실현할 수도 없다. 법과 질서, 교육, 공동체 등의 가치로 사회적 보수세력을 아우르고 자주국방이라는 전통적인 보수주의 가치를 복원하여 안보보수주의의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 경제보수주의도 기존 경제 질서를 옹호하는 시장주의로는 부족하다. 기회 평등, 사회 이동성, 기업가 정신을 강조하는 개혁 정신이 경제보수주의의 근간이다.

미국도 포괄적 보수주의로 선진화를 이룬 사례다. 미국의 선진화는 20세기 초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이 독점기업 규제, 기업의 정치자금 기부 금지 등 강력한 정치, 경제개혁으로 19세기 후반 산업화 과정에서 파생된 경제력 집중 및 불평등을 해소하면서 시작됐다. 그러나 루스벨트의 선진화 전략은 경제 분야에 국한되지 않았다. 대양해군의 건설, 파나마 운하의 개통, 국립공원법 제정 등 안보와 사회 분야에서도 새로운 보수주의 모델을 제시했다.

보수세력 통합-세대교체를

이 대통령은 더 나아가 새로운 보수주의 시대를 열 수 있는 지배세력을 구축해야 한다. 현재 친이, 친박, 선진당으로 이산된 보수 정치세력을 통합하는 작업이 시급한 과제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보수 진영의 세대교체가 더욱 중요하다. 2007년 대선에서 이 대통령을 지지했던 중도 성향의 386세대와 20대 디지털세대의 보수화를 위해서는 이들에게 매력적인 보수주의를 만들어야 한다.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전략이 열쇠를 쥐고 있을지 모른다. 녹색성장은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방향으로 우리의 생활방식을 전환하는 문화운동이 될 수 있다.

이 대통령의 첫해는 어려운 한 해였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선진화를 실현해야 하는 역사적 사명은 변하지 않았다. 남은 임기 4년 동안 역사에 남을 위대한 대통령이 되겠다는 야망으로 대한민국 선진화에 필요한 보수주의 모델을 정립하고 이를 계승할 새로운 보수정치연합을 건설하는 과업을 충실히 이행해 주기를 기대한다.

모종린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안민정책포럼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