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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외교 전문가 떴다… 박용성 37대 체육회장 당선

입력 | 2009-02-20 02:56:00


25년만에 기업인 수장 시대로

《대한체육회 대의원들은 ‘스포츠 외교 전문가’의 손을 들어줬다. 박용성 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69·사진)은 19일 서울 쉐라톤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제37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대의원 50표 가운데 절반이 넘는 26표를 얻어 나머지 후보를 압도했다. 경합이 예상되던 박상하 국제정구연맹회장은 12표, 이상철 대한체육회 부회장은 5표, 유준상 대한인라인롤러연맹 회장은 4표에 머물렀다. 장주호 전 대한올림픽위원회(KOC) 부위원장과 장경우 한국캠핑캐라바닝연맹 총재는 1표씩에 그쳤고 박종오 전 박근혜 경선후보 기획특보는 한 표도 얻지 못했다. 무효 1표. 최만립 전 KOC 부위원장은 정견 발표 때 후보를 사퇴했다.》

“체육 선진화 큰 줄기 이어가겠다”

박 회장이 이번 선거에서 압승한 것은 경영 마인드와 국제스포츠 감각을 갖춘 그에게 막판 부동표가 몰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박 회장은 선거 기간에 대의원을 직접 찾아다니며 득표작전을 펼쳤다. 체육계에 폭넓은 인맥을 갖춘 김정행 대한유도회 회장의 지원도 큰 힘이 됐다.

이로써 박 회장은 김운용 전 IOC 부위원장에 이어 국제경기연맹과 IOC 위원, 국가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을 모두 거치는 두 번째 국내 체육인이 됐다. 기업인이 대한체육회 수장에 오른 것은 1982∼1984년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에 이어 25년 만이다.

박 회장은 당선 직후 “선거에서 절반을 한 표 넘긴 26표를 받은 것은 ‘잘하라’는 경고로 생각하고 열심히 봉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연택 전 회장이 마련한 체육 선진화 방안에 대부분 동의하고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보완할 계획이다. 재정자립 문제는 현재 국고와 국민체육공단 지원을 늘리고 추가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박 회장은 두산그룹 회장과 중앙대 이사장을 맡아 체육회 업무에 소홀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명예를 걸고 체육회 수장이 된 만큼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구체적인 공약은 제시하지 않았다. “지금 말하면 공약(空約)이 될 것 같다”는 게 이유였다. 그는 “구체적 공약은 체육회 업무를 파악한 뒤 밝힐 것”이라며 “내년 이맘때면 체육회를 제대로 챙기고 있음을 증명해 보이겠다”고 자신했다.

박 회장은 다른 후보들에 대해선 “경기는 끝났고 각자 자리로 돌아가면 된다”면서도 “근거 없는 비방을 한 것에 대해서는 잊지 않겠다”며 묘한 여운을 남겼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동아일보 스포츠레저부 황태훈 기자

▼박용성號의 과제▼

재정자립-정부와 관계 재정립 ‘발등의 불’

박용성 신임 회장은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통합이냐 분리냐 이견이 팽팽한 체육계 구조조정과 재정 자립, 정부와의 관계 재정립 등 난제가 쌓여 있다.

이연택 회장은 대한체육회와 대한올림픽위원회(KOC)의 완전 통합을 주장했다. 대한체육회 이사회와 KOC 상임위원회를 하나로 묶어 일관된 체육행정을 해야 한다는 것.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체육회와 KOC를 분리한다는 내부 방침을 세웠지만 체육인의 반발이 거세지자 없었던 일로 했다.

박 신임 회장은 구조조정 문제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채 “체육 선진화 방안의 큰 줄기에는 동의한다”며 “조만간 문화부 장관을 만나 긴밀한 협조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체육회 예산은 1400여억 원. 이 가운데 체육회 자체 수입은 128억 원에 불과했다. 나머지 1200여억 원은 국고 보조금과 국민체육진흥기금으로 채워졌다. 이에 대해 박 회장은 “국민체육진흥공단의 지원을 더 받도록 하되 기업 후원자금 모금 등 자립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KOC 위원장을 겸하는 박 회장은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를 추진하는 강원 평창군과 2020년 하계올림픽 유치를 추진하는 부산을 교통정리 해야 하는 부담도 안고 있다. 자격정지 중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문대성 선수위원뿐인 IOC 위원을 늘리는 것도 그가 해결해야 할 숙제다.

한편 이번 체육회장 선거에 사상 최다인 8명의 후보가 난립한 것을 두고 선거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표의 지지도 얻지 못했거나 투표를 앞두고 사퇴하는 사례를 없애야 한다는 것.

한 체육 관계자는 “체육회 정관을 고쳐 후보 등록을 할 때 공탁금을 내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