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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그분의 힘… 종교계 합심해 빈자리 채워나가야”

입력 | 2009-02-20 02:56:00

세대를 넘은 추모행렬 “편히 잠드소서”김수환 추기경의 마지막 모습을 보기 위해 서울 명동성당의 빈소를 찾은 시민들의 행렬이 19일에도 줄을 이었다. 빈소 앞에 걸린 김 추기경의 사진을 쓰다듬고, 애절한 기도를 올리고, 조문 전 자녀의 옷매무시를 가다듬는 모습에서 김 추기경에 대한 시민들의 존경과 애정을 엿볼 수 있다. 연합뉴스·사진공동취재단


최근덕 성균관 관장 “추기경이 걸으신 길 마땅히 따라 나서야”

혜총 조계종 포교원장 “중생과 함께하려면 끊임없이 성찰해야”

김삼환 NCCK회장 “섬김과 나눔의 삶 모두가 실천하기를”

이성택 원불교 교정원장 “종교인 한사람으로 벽 허물기위해 노력”

16일 선종한 김수환 추기경을 애도하는 서울 명동성당에 추모 인파가 몰리면서 이를 성찰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종교계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종교 신분 계층 이념을 초월해 사랑을 실천해 온 추기경의 삶이 모든 종교인의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19일 명동성당에서 만난 불교계 원로 월주 스님(금산사·영화사 회주)은 “명동성당을 향해 끊임없이 밀려드는 추모 인파를 보면서 참으로 많은 생각을 했다”며 “이 인파는 추기경이 지역과 이념을 넘어 우리 사회와 국가를 위해 헌신해온 삶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월주 스님은 또 “종교계는 이제 더는 반목하지 말고 불교는 자비, 개신교는 사랑, 천도교는 포덕(布德·덕을 널리 폄) 등 각 종교 본연의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 종교 간 벽을 허문 추기경의 정신

조계종 포교원장 혜총 스님은 “추기경께서 이 혼란한 시대에 가신 것이 마음이 아프지만 큰 가르침을 주고 가셨다”며 “중생과 함께하기 위해서는 진실한 수행인과 신앙인의 자세를 잃지 않도록 끊임없이 성찰해야 한다”고 밝혔다.

원불교 이성택 교정원장은 “명동성당에 몰린 추모 열기는 시대정신을 대표해온 추기경의 깊은 혜안과 정의 실현을 위한 희생적 정열 때문일 것”이라며 “이웃 종교인의 한 사람으로 종교 간 벽을 허물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동환 천도교 교령은 “종교마다 신앙의 방침이 다르지만 김 추기경은 그런 모든 것을 초월한 분이셨다”며 “7대 종교 지도자들이 모이는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 회의가 27일 열리는데 이 회의를 통해 지도자들부터 아집을 버리고 사회의 평화를 위해 노력하자고 제안하겠다. 이것이 우리가 앞으로 할 일”이라고 말했다.

○ 제2, 제3의 김수환 추기경이 나와야

한국종교인평화회의 명예회장인 백도웅 목사는 “추기경은 모든 면에서 큰어른이지만 40만 명의 추모객이 몰린다는 것은 국민의 마음속에 의지할 만한 분이 그만큼 없다는 해석도 가능하다”며 “종교인들이 고통 받는 국민을 위로할 수 있도록 제2, 제3의 김수환 추기경 같은 분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김삼환 회장은 “추기경을 추모하는 긴 행렬을 보면서 감동과 자성을 하게 됐다”며 “앞으로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추기경의 뜻을 이어받아 한마음으로 서로 연합해 그분이 가신 빈자리를 채우고 섬김과 나눔의 삶을 실천하게 되기를 소망한다”고 밝혔다.

최근덕 성균관 관장은 “17일 조문을 갔는데 가톨릭 신자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온 것을 봤다”면서 “이웃 종교와 소탈하게 가슴을 열고 대화하는 모습을 본받아 마땅히 그분이 걸으신 길을 따라 한국 종교계 전체가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동아닷컴 이철 기자


▲동아일보 전영한 기자


▲동아닷컴 이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