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는 눈, 이에는 이' 방식으로 가해 남성을 처벌해 달라는 한 이슬람 여성의 요구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전자공학도였던 이란 여성 아마네 바흐라미(31)는 5년 전 커다란 갈색 눈 양쪽을 모두 잃었다. 아름답던 얼굴도 흉측하게 일그러졌다. 자신을 스토킹하던 남성이 청혼을 거절당했다는 이유로 얼굴에 뿌린 황산 때문이다.
20일 CNN방송에 따르면 바흐라미는 2002년 대학에서 알게 된 마지드 모바헤디(당시 19세)의 구애에 2년간 시달렸다. 그는 수시로 그녀에게 매달리거나 협박하며 만남을 요청했고, "결혼 요청을 받아주지 않으면 죽여 버리겠다"고 위협했다.
2004년 11월 어느 날, 바흐라미는 퇴근길에 모바헤디로부터 황산 세례를 받았다. 그녀는 얼굴을 감싸 쥐며 울부짖었지만 때가 늦었다. 얼굴은 물론 손과 팔에도 화상을 입었다.
바흐라미는 법정에서 "내가 당한 고통을 똑같이 느낄 수 있도록 그의 두 눈을 멀게 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슬람 샤리아법은 가해자에게 같은 방식으로 되갚음 해주는 방식(키사스)으로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난해 말 이란 법원은 바흐라미의 요구대로 모바헤디의 눈을 멀게 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이 3일 대법원에서 확정되면서 모바헤디는 조만간 두 눈에 산(酸)을 투약하는 처벌을 받을 처지에 놓였다.
하지만 글로벌 인권운동가들은 피해자인 바흐라미를 비난했다. 인터넷에도 "처벌을 가장한 또 다른 잔혹 범죄"라는 비판의 글이 올라왔다.
하지만 바흐라미는 "다시는 이런 비극적 상황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마음을 바꾸지 않고 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