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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링크]잘나가던 로시니, 왜 음악을 접었을까

입력 | 2009-02-21 03:02:00


◇ 음악사의 진짜 이야기/니시하라 미노루 지음·이언숙 옮김/272쪽·1만4800원·열대림

그 누군가의 ‘정체’는 쉽게 알아차리기 어렵다. 지인이 전해준 작은 일화, 서가에 꽂힌 책과 음반, 즐겨 먹는 음식, 무심코 중얼거린 말 한마디. 이런 소소한 것들이 그가 어떤 사람인지 더 정확하게 말해줄는지 모른다.

일본 도호가쿠엔대 음악학부 교수(음악사회사 전공)인 저자는 서양음악사에 등장하는 위대한 작곡가들의 ‘민얼굴’에 관심을 기울였다. ‘무대 밖으로 뛰쳐나온 음악의 거장들’이라는 부제처럼 그 시대를 살았던 음악가의 모습들을 당대 음악의 조류 위에서 풀어간다.

낭만파 시대의 대표주자 로시니는 37세에 오페라 창작에서 손을 뗐다. ‘세비야의 이발사’ ‘오셀로’ ‘빌헬름 텔’ 등 발표하는 작품마다 성공을 거뒀고 막대한 상연료를 벌어들인 그였기에 몹시 의아한 일이었다.

로시니가 펜을 꺾은 이유는 미식과 요리, 그리고 트뤼플(서양요리의 재료로 쓰이는 서양 송로버섯)을 찾기 위해 돼지 사육에 몰두하기 위해서였다고 알려져 있다. 저자에 따르면 로시니가 이전부터 맛있는 식재료를 찾는 데 엄청난 탐구심을 가졌다는 것이다. 로시니는 또 프랑스 파리에서 1830년 7월혁명을 직접 목격했고 1848년 이탈리아 독립전쟁을 겪었다. 체제가 바뀌면 모든 것이 변한다는 교훈을 얻은 뒤 허무주의자가 돼 버렸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요절한 비운의 작곡가로 알려진 슈베르트는 청빈한 이미지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저자는 초기엔 생계를 잇기에 급급했지만 나중에는 작품 출판과 연주로 많은 수입을 거뒀다고 지적했다. 1821∼22년 슈베르트는 2000굴덴의 출판 수입을 올렸다. 당시 사범학교 교사의 연수입이 500∼700굴덴, 10년차 궁정악장의 연수입이 2000굴덴이었다.

무대 뒤에 가려진 대가들의 색다른 모습부터 시작해 클래식음악의 핵심에 접근해볼 수 있는 책이 여럿 나와 있다

‘베토벤의 가계부’(마음산책)는 모차르트에서 쇼스타코비치까지 거장들의 생계를 추적한 책이다. 위대한 음악가로 추앙받는 이들도 생계 문제를 비켜갈 수 없는 생활인이었다. 경제·사회적 맥락에서 서양음악사를 살펴봤다.

‘음악가와 친구들’(가람기획)은 교우관계를 바탕으로 생애와 작품을 조명했다. 작곡가들이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성격과 삶의 태도를 엿볼 수 있다. 베를리오즈는 ‘그와 사귀면서 마음 편한 사람이 없었다’는 평을 들었고 브람스는 가장 친한 친구와도 지나치게 가까워지기를 꺼렸다.

‘클래식 명곡을 낳은 사랑 이야기’(문학사상사)에서는 작곡가들의 사랑과 결혼, 만남과 이별에서 어떤 명곡들이 태어났는지 보여준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