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흔 살 고백/공선옥 지음/200쪽·1만 원·생활성서
중견 소설가 공선옥 씨(사진)는 마흔 즈음을 이렇게 회상한다. ‘인생의 오랜 숙원이었던 세례를 받았고, 고만고만하던 아이들은 훌쩍 컸고 내 머리엔 어느새 흰 서리가 내렸다.’ 이 책은 마흔 살 언저리를 보내며 그가 신앙인이자 소설가로, 홀로 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웃으로 쓴 글들을 엮은 것이다.
세 아이를 키우면서 겪는 어려움이나 생활 속에서 얻은 깨달음 등을 곳곳에서 엿볼 수 있다. 생활고 때문에 아이들을 잠시나마 아동일시보호소에 맡겨야 했던 뼈아픈 경험을 털어놓거나 천방지축 말썽쟁이인 아들의 행동 때문에 마음을 졸이고 사춘기가 된 딸아이와 티격태격하는 일상을 말하기도 한다.
전업 작가로서의 생활고도 드러나지만 그 가운데는 글쓰기를 평생 업으로 삼은 작가의 열정과 애정, 우직한 뚝심이 엿보인다.
작가는 “지난해에는 내가 썼던 글들, 나는 작은 글이라고 부르는 그 잡문들을 올해에는 되도록 적게 쓰자, 이왕이면 쓰지 말자, 하고서 전화기를 집어 들었다”면서도 전남 여수에서 공장 노무자로 일했던 아버지를 생각하며 전화기를 내려놓았다고 고백한다. “먹고사는 일 하는데 그 얼마나 많은 사람이 실은 하기 싫지만 해야 하는 일들을 하고 있는가….”(‘내 부모가 그러셨듯’)
그가 불러오는 과거의 기억들은 아련한 향수를 느끼게 하기도 한다. ‘생명 평화 탁발 순례단’을 따라 고향을 한나절 걷게 된 작가는 어린 시절 어른들이 모두 일하러 나가신 오후 노스님이 마을로 내려와 탁발을 하곤 했던 때를 떠올리거나(‘길을 걸으며’) 고교시절 함박눈이 쏟아지던 밤에 봤던 행복에 겨운 두 남녀를 떠올리며 ‘눈 오는 밤, 뾰족구두를 신고 남자를 따라왔던 그 여자’(‘눈 오는 밤’)가 여전히 행복할지 궁금해하기도 한다.
마흔 즈음이 돼서야 현재가 과거의 연장선상에 있음을 깨닫게 됐다는 그는 밉고 부정하고 싶었던 과거까지 끌어안는 넉넉한 품으로 자신을 사랑할 것을 다짐한다.
“그러나 나는 지금, 마흔의 아침에 거울 앞에 앉아 작은 주문을 왼다. 내가 나를 많이 사랑하겠습니다. 그 사랑 넘쳐 나 아닌 이도 사랑하게 해주십시오.”(‘마흔의 어느 아침’)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