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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인사이트]일그러진 탐욕 ‘부동산 알박기’

입력 | 2009-02-23 02:54:00


조금 더 얻으려다 다 잃을수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타운은 테헤란로의 스타타워와 함께 강남의 랜드마크로 꼽힌다. 삼성타운은 한옥의 문틀에서 모티브를 얻어 설계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매우 간결하고 현대적이다.

한데 삼성타운 앞을 지날 때마다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 바로 옆에 ‘알박기’를 한 작은 건물 때문이다.

부동산 알박기에는 개발계획에 맞춰 자투리땅을 먼저 매입하는 적극적인 알박기와 원래부터 자투리땅을 소유하고 있다가 개발계획이 나와 마찰을 빚는 수동적인 알박기가 있다. 적극적인 알박기는 관련법이 개선돼 많이 줄었지만 수동적인 알박기는 당사자 간에 끊임없는 협상이 필요하다.

수동적인 부동산 알박기 사례를 몇 가지 소개한다.

하나는 노무현 정부 시절에 있었던 일이다. 고건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총리 관저로 자동차 전자 건설 등 주요 업계의 최고경영자(CEO)들을 초청해 건의사항을 들었다. 건설업계 CEO들은 토지 확보에 장애가 되고 땅값을 올리는 부동산 알박기 문제를 제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그날 밤 TV 뉴스에서는 부동산 알박기를 한 사람이 시가의 100배나 되는 가격을 요구한 사례를 보도했다.

다음 날 한 건설사는 예상치 못한 역풍(?)을 맞았다. 강남의 용지 귀퉁이에 33m²(10평)의 땅을 가진 사람으로부터 시가의 약 5배에 땅을 매입하기로 한 협상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100배’라는 뉴스를 본 땅주인이 연락을 끊어 버린 것이다. 결국 이 건설사는 땅 매입을 포기하고 사업을 접었다.

다른 사례도 있다. 한 기업이 사옥을 지으려는 강남 용지에 132m²(40평) 정도의 땅을 가진 사람에게 시가의 몇 배를 주고 땅을 매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매번 협상 최종 단계에서 소유주가 협상을 철회하기를 여러 번 반복했고 그 기업은 할 수 없이 문제의 땅을 빼고 사옥을 지었다. 그 후 땅주인은 옛날 가격보다 싼 가격으로 땅을 팔겠다고 했지만 회사는 거절했다. 그 땅은 아직도 큰 부가가치 없이 사용되고 있다.

또 다른 건설사는 부동산 경기가 좋았던 2004년 대구에서 사업지 약 6만6116m²(2만 평)를 확보했지만 잔여지인 3306m²(1000평)를 가진 사람이 무리한 요구를 해 남은 땅을 확보하지 못하게 되자 결국 사업을 포기했다. 이후 대구 부동산 경기가 나빠져 그 땅은 아직도 빈 터로 남아 있다.

위 사례들은 지나친 욕심의 끝이 좋지 않다는 것을 보여 준다.

탐욕스러운 알박기는 이해관계자 모두에게 정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손실을 주는 ‘마이너스 섬 게임(minus sum game)’이다.

삼성타운 옆 알박기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도록 서로 한발씩 양보하기를 기대한다.

이방주 부동산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