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단계 구간 4공구 이어 내달부터 침목 납품하기로
철도시설공단 “타업체 투자여력 미흡해 불참” 해명
경부고속철도(KTX) 2단계 구간(대구∼부산) 제4공구에 ‘불량 침목’을 공급한 업체가 제5공구에도 침목을 공급하기로 독점 계약한 것으로 밝혀졌다.
22일 한국철도시설공단에 따르면 경부고속철도 2단계 4공구(대구∼울산 136km)와 마찬가지로 5공구(울산∼부산 117km)에도 독일 레일원사가 투자해 설립한 한국 자회사인 ‘TM트랙시스템’이 다음 달부터 침목을 납품할 예정이다.
4공구에 침목을 독점 공급한 레일원은 고속철 2단계 궤도공법 ‘레다2000’의 특허를 보유한 업체로 국내 업체인 태명실업㈜과 35 대 65의 지분으로 유한회사인 TM트랙시스템을 설립해 제5공구에 7만9322개의 침목을 공급할 계획이다.
이 공구의 나머지 침목 10만 개는 역시 레일원이 국내 업체인 천원공업㈜과 55 대 45 지분으로 설립한 천원레일원이 공급할 계획이어서 불량 침목이 확인된 4공구에 이어 5공구 침목의 전량을 사실상 레일원이 공급하는 셈이다.
레일원은 4공구에 침목 21만8922개를 전량 공급해 왔으며 최근 균열사고로 말썽을 빚고 있다.
국내에 침목 공급업체가 다수 있는데도 레일원이 4, 5공구에 침목을 독점 공급할 수 있었던 것은 철도시설공단 측이 2004년 4월 실시한 입찰 공고 시 ‘레다2000공법에 맞는 침목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가졌거나 납품한 실적이 있는 업체 또는 레일원으로부터 기술 이전을 받아 제조 및 설비시설을 갖춘 업체’로 특정 조건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철도시설공단 측은 침목 균열사고 후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등에 보고한 자료에서 TM트랙시스템에 대한 설명 없이 레일원과는 별개 회사처럼 “태명실업이 5공구에 참여하는 등 2개 업체 이상이 자재를 공급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철도시설공단 측은 이날 해명자료를 통해 “2004년 입찰 공고 시 실무자의 실수로 궤도 구조 형식을 ‘레다2000공법’으로 명시했으나 실수를 발견하고 같은 해 8월 설계용역 계약 때에는 ‘최적의 콘크리트 궤도 구조를 선정’토록 명시해 다른 업체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고 해명했다.
철도시설공단 측은 또 “경부고속철도 1단계 사업 때 참여한 삼성콘크리트, 건양산업, 한성콘크리트, 동서산업 등은 2단계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으나 삼성콘크리트는 부도로, 다른 업체는 생산설비 증설 등 투자 여력이 미흡해 참여하지 못했다”며 특혜 의혹을 부인했다.
철도시설공단 측은 이와 함께 5공구 침목 공급업체인 TM트랙시스템이 레일원과 태명실업이 합작한 유한회사라는 데 대해선 “공급업체의 내용까지는 자세히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대전=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