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최고의 교육수준… 아이비리그로 가는 지름길
초중고 모든 과목 영어몰입교육 … ‘+α’중국어까지
미국 명문대 합격생 외국학교로는 최다 배출 자랑
《동서양 문화가 공존하는 도시국가 싱가포르에 아시아 유학생이 몰리고 있다. 영어와 중국어를 모두 배울 수 있고, 세계적인 수준의 공교육이 제공되며,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 진학률이 높다는 장점이 유학생을 끌어 모으는 요인이다. 현재 싱가포르에 있는 해외 유학생은 120개국 9만7000여 명(2008년 12월 기준). 이중 한국 유학생이 ‘톱 7’에 들 정도로 많다. 싱가포르 관광청과 현지 학교들로부터 싱가포르 유학의 매력을 들었다.》
1.영어, 중국어 교육
싱가포르는 중국계(77%), 말레이계(14%), 인도계(8%) 등으로 구성된 다민족 국가라 영어를 공용어로 쓴다. 초중고등학교나 대학에서는 영어로 모든 과목을 가르치는 ‘영어몰입교육’을 한다. 여기에 중국어 말레이어 타밀어 가운데 하나를 ‘모국어’로 선택해 배우도록 하고 있다.
싱가포르에서는 길거리 어디서나 영어와 중국어를 섞어서 능숙하게 대화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한국 학생이 유학을 가면 영어는 물론 중국어까지 2개 주요 언어를 배울 수 있는 셈이다.
그러나 초등학교 고학년 때 싱가포르 유학을 오는 한국 학생들 중 적잖은 수가 중국어를 포기한다. 중국인들보다 중국어를 잘 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탄종 카통 초등학교 청이링 교장은 “영어, 중국어를 모두 잘하려면 되도록 취학 전(Pre-School)에 유학을 오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싱가포르 학생들과 같은 커리큘럼을 밟아야 언어를 최대한 잘 흡수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2. 우수한 공교육 환경
싱가포르 공교육의 특징은 ‘가지치기(streaming)’다. 초등학교 때부터 능력에 따라 우열반 수업을 하고, 초중고등학교 졸업시험을 치르면서 성적에 따라 상급 학교에 진학한다. 일찍부터 ‘공부할 사람(대학 진학)’과 ‘일할 사람(기술교육을 통한 취업)’을 가려내는 ‘가지치기’를 하는 것이다. 어떤 분야든 철저한 경쟁을 통해 실력을 쌓는 것이 싱가포르 교육의 장점이다.
싱가포르에서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전국 단위 시험을 치러 전체 학생의 1%에 해당하는 영재학생을 가려낸다. 영재로 판별되면 정부의 영재교육 프로그램(GEP)이 개설된 난양초등학교 등 9개 명문 초등학교로 옮겨 중고등학교 때까지 집중적인 심화교육을 받는다. 초등학교 5, 6학년이 되면 처음으로 우열반이 생겨난다. 학생들은 무료 방과 후 수업인 우열반 수업을 통해 저마다 다른 과목과 수준의 심화·보충 수업을 받는다.
초중고등학교를 졸업할 때는 반드시 졸업시험을 치러서 상급학교에 진학한다(표 참조). 중학교에는 97% 이상의 학생이 진학하지만, 진학 후 성적에 따라 ‘속성과정(Express)’과 ‘일반과정(Normal)’으로 나뉜다. 성적이 떨어지는 학생은 일반과정에 가서 남들보다 일년 늦게(5년) 중학교를 졸업한다.
중학교 졸업시험(O-Level)의 열기는 한국의 대학입시 열기 못지않다. 전체 학생의 약 25%만이 인문계 고등학교 격인 주니어칼리지에 진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머지의 학생들은 전문대학과 비슷한 폴리테크닉(50%)이나, 실업계 고등학교 격인 기술교육원(25%)에 진학한다.
3. 미국 아이비리그 유학의 ‘디딤돌’ 역할
현지에서 만난 한국 학부모들은 대개 자녀를 위해 장기유학을 고려하고 있었다. 1∼3년 동안 영어만 익히고 가는 게 아니라, 싱가포르에서 고등학교를 졸업시켜 미국이나 싱가포르 대학에 보내겠다는 게 목표였다.
싱가포르 관광청의 존 그레고리 콘세이카오 교육서비스 국장은 “싱가포르를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 진학을 위한 ‘디딤돌(Stepping-stone)’ 유학지로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므로 미국 대학 진학에 유리한 데다, 우수한 공교육 환경 덕분에 미국 고등학교를 제외하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아이비리그 합격자를 내는 명문 고등학교(래플스, 화총)가 있다는 설명이었다.
싱가포르 안에서도 세계적인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가능하다. 싱가포르에는 영국의 일간지 더 타임스가 선정한 ‘세계 대학 순위 100위’ 안에 드는 싱가포르국립대(NUS), 난양기술대(NTU)가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인시아드(INSEAD) 경영대학원, 미국 시카고대 경영대학원 등 세계 유수 대학원들의 싱가포르 캠퍼스에 진학할 수 있다는 것도 매력이다.
싱가포르는 도시와 숲이 잘 어우러져 있어 ‘정원 도시(garden city)’로 불린다. 조경이 잘된 깨끗한 거리를 걷다 보면 유럽 어느 대도시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4. 안전한 치안, 깨끗한 환경
안전한 치안도 장점이다. 싱가포르는 오후 11시까지 시내 곳곳에 불이 환하게 켜져 있고, 엄격한 법질서로 유괴·성범죄 발생률이 낮아 치안이 좋은 편이다.
싱가포르에서 15년째 살고 있다는 한국인 안영경 씨는 “아빠는 한국에 있고, 엄마와 어린아이만 싱가포르에 오는 경우가 대부분인 유학 가정에는 안전한 치안이 가장 큰 매력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싱가포르=최세미 기자 luckysem@donga.com
▼싱가포르 유학루트▼
《싱가포르 유학을 결심한 한국 학부모는 학비가 저렴하고 학생 수준이 높은 공립학교와 우열반이 없어 학업 스트레스가 적은 국제학교 가운데 하나를 선택한다.》
○ 공립학교
①곧바로 공립학교 진학=싱가포르 교육부가 주관하는 공립학교 입학시험인 AEIS(Admission Exercise for International Students)를 치르고 합격하면 초등학교 2∼5학년, 중학교 1∼3학년으로 편입할 수 있다. 영어 실력이 부족한 경우 대개 1, 2학년 정도 낮춰 편입한다. 처음에 좋은 학교로 배정받지 못해도 명문 학교로 전학을 하면 된다. 싱가포르에서는 매년 말에 학교들이 전학시험을 치러 우수 학생을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최상위권이었던 민경제 군(12)도 처음엔 중위권 학교인 노스뷰 초등학교(North View Primary School)에 들어갔지만, 이듬해 전학 시험을 치러 상위권인 아이통 초등학교(Aitong Primary School)로 옮기는 데 성공했다.
②현지학원→공립학교=싱가포르 현지 학원에 다니며 공립학교 입학시험을 준비할 수도 있다. 보통 2, 3월 싱가포르에 와서 시험과목인 영어, 수학을 공부한 후 10월경 시험을 치르는 학생이 많다. 이런 학원들은 대개 공립학교 교사 출신 강사들이 나와 오전 9시에서 오후 5시까지 스파르타식으로 가르친다. 공립 초중학교 진학준비 학원인 SSTC의 경우 6개월 학원 수강료가 620만 원 선.
③사립학교→공립학교=일단 편입이 쉬운 사립학교에 들어가서 1년 정도 학교에 다니며 공립학교 입학시험을 준비하는 방법. 학원에서 빡빡한 일정으로 공부하는 대신 집에서 영어, 수학 과외를 받으며 여유롭게 공부할 수 있다.
○ 국제학교 진학
국제학교는 ESL 과정(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학생을 위한 별도의 영어수업)이 있어 영어 실력이 모자라도 간단한 시험을 통해 들어갈 수 있다. 공립학교와 달리 학년을 낮출 필요도 없다. 대신 수업료는 공립학교의 약 10배에 달한다.
싱가포르=최세미 기자 luckyse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