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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석기자의 퀵 어시스트]‘자유투 박사’ 자유투에 속썩다

입력 | 2009-02-25 02:58:00


프로농구 LG 강을준 감독(44)은 2003년 명지대 대학원에서 체육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논문 제목은 ‘농구 선수들의 경쟁 불안이 자유투 성공률에 미치는 영향’.

강 감독은 지난해 주경야독하며 스포츠 심리학 박사 과정까지 마쳤다. 하지만 정작 ‘자기 머리’는 깎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올 시즌 LG는 24일 현재 66%의 자유투 성공률로 10개 구단 중 최하위다. 브랜든 크럼프와 아이반 존슨은 경기 막판 결정적인 자유투를 자주 놓쳐 강 감독의 속을 까맣게 태우고 있다. 크럼프의 시즌 자유투 성공률은 불과 44%로 110개를 실패했다.

강 감독은 “우리 팀이 최근 5경기에서 자유투 55개를 못 넣었는데 골프로 치면 10타 정도 접어주고 치는 셈”이라고 답답해했다. 스트레스가 심하다 보니 강 감독은 며칠 전 울산 방문경기를 앞두고 호텔에서 2시간 동안 실신한 적도 있다.

그래도 LG는 올 시즌 선전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순위 경쟁 속에서도 시즌 내내 중위권의 성적을 유지하며 전자랜드, KT&G와 공동 5위에 올라 있다. 대학농구 출신으로 프로 경력이 전무했던 강 감독이 끈끈한 리더십으로 LG에 새 바람을 불어넣은 덕분이다.

그는 시즌이 시작되기 전 선수들과 목욕탕 ‘알몸 미팅’으로 마음을 열었다. 한국의 목욕 문화가 낯선 크럼프를 처음 열탕으로 데리고 가 발 마사지까지 해주며 각별한 애정을 표현했다.

출전 시간이 줄어 입이 나온 현주엽(34) 조상현(33) 등에게는 고참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자신의 성과급까지 나눠 주며 달랬다.

자유투 문제 해결을 위해 선수들과 잦은 대화로 ‘넣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는 한편 강한 반복 훈련과 자세 교정의 ‘냉온 요법’을 병행하고 있다.

스스로를 ‘초짜’로 표현한 강 감독은 “의욕만 갖고 뛰어들었는데 몰랐던 게 너무 많다. 다른 감독들이 정말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하루하루가 배움의 연장”이라는 초보 사령탑이 경험 많은 다른 팀 감독들을 상대로 어떤 결과를 낳을까. 시즌 막판의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아닐 수 없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