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막래 할머니 양원주부학교서 초등학교 졸업장 받아
천안서 서울까지 왕복 4시간 등하교… “계속 공부할 것”
“66년 인생 중 나를 위해 살았던 유일한 1년이었어요.”
24일 열린 양원주부학교 졸업식에서 초등학교 졸업장을 받아 든 최막래 할머니(66·사진)의 목소리에는 진한 회한과 감격이 묻어났다. 1년간 매일같이 집이 있는 충남 천안시에서 서울 마포구 대흥동의 학교까지 무려 왕복 4시간을 오가며 따낸 결실이었다.
6·25전쟁 때 초등학교를 그만두었다가 학교에 되돌아가지 못했던 최 할머니는 지난해 “이대로 죽는 날만 기다릴 수 없다”는 생각에 기초반(초등학교 학력인증)에 등록했다. 3남 5녀 중 막내였던 최 할머니가 학교에 다시 돌아갈 수 없었던 것은 전쟁 탓도, 가난 탓도 아니었다. 집안 어른들이 “여자가 배우면 건방져질 뿐”이라며 반대했기 때문이다.
중학교 교복을 곱게 차려입은 친구들이 눈에만 띄어도 뒤돌아서서 울던 최 할머니는 집안 살림을 돕다 21세에 시집을 갔다. 남편의 사업 실패로 그는 화장품 외판원, 보험 설계사를 하며 직접 생계를 꾸려야 했다.
“화장품을 팔며 영수증을 쓸 때도, 보험 가입서를 쓸 때도 맞춤법이 틀리지는 않을까 숨어서 쓰곤 했어요. 왜 나는 남 앞에서 한 번도 당당할 수 없나 억울해서 가슴이 터질 것 같았지요.”
배움에 대한 오랜 열망을 삭일 수 없어 지난해 학교에 다니기 시작한 그에게 가족도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최 할머니는 “녹슨 머리에 지식을 차곡차곡 넣어 준 열정적인 선생님들에게 감사할 뿐”이라고 교사들의 이름을 차례차례 꼽기도 했다.
최 할머니는 “사람이 밥이 있고 옷이 있다고 행복한 것이 아니라 배워서 사람 노릇을 해야 행복한 것”이라며 “1년이고 10년이고 살아 있는 동안은 계속 공부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양원주부학교는 배움의 기회를 놓친 주부들이 초중고교 과정을 마칠 수 있는 학교. 이날 졸업식에서는 모두 429명이 졸업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