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서울 중구 충무로 포도재무설계에서 과도한 부채를 감당하기 어려워하는 한 여성이 무료 부채 상담을 받고 있다. 박영대 기자
■ 부채클리닉 찾은 저소득층 사연들
학자금 대출 갚는 20대 “미혼인데 신용등급 최하 충격”
“적자 가계 어떻게 해결하나” 상담신청-전화 문의 폭주
“경기가 이렇게까지 나빠질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수도권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30대 부부는 경기침체로 매출이 줄자 종업원까지 내보내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부부가 함께 악착같이 일해도 한 달 수입은 150만 원을 넘기 어렵다.
은행, 카드사, 대부업체 등에서 빌린 3000만 원이 넘는 빚에 대한 이자를 내고 생활비를 쓰고 나면 손에 쥐는 돈이 거의 없다.
이 부부는 대출이자에 대한 연체가 쌓이기 시작하자 동아일보와 보건복지가족부, 하나금융그룹이 공동으로 펼치는 ‘2009 함께하는 희망 찾기-탈출! 가계부채’ 캠페인의 문을 두드렸다.
캠페인 둘째 날인 24일에도 이 사업의 1단계 프로젝트로 진행되는 부채클리닉 신청 열기는 뜨거웠다. 복지부의 의뢰를 받아 신용등급 6등급 이하의 저소득층에게 무료 상담을 해주는 포도재무설계에는 첫날보다 많은 280여 건의 상담 신청이 접수됐다. 수백 통의 전화 문의가 폭주하는 바람에 직원들이 업무를 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신청자 중에는 불황으로 소득이 줄어든 자영업자와 일자리가 불안한 일용직 근로자의 딱한 사연이 많았다. 씀씀이와 부채는 그대로인데 소득이 줄어 ‘적자 가계’로 전락하고 있다는 하소연이 줄을 이었다.
수도권에서 슈퍼를 운영하는 한 신청자는 최근 매출이 떨어지면서 이자와 자녀 학비를 감당하기가 어려워 대부업체 돈을 썼다가 또 다른 고금리 부채로 다른 부채를 갚는 ‘빚의 악순환’에 빠졌다고 호소했다. 한 달 평균 200만 원 정도를 번다는 한 일용직 근로자는 수입이 불안정해지면서 월 100만 원 정도의 이자를 카드로 돌려 막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어렵사리 취업은 했지만 학자금 대출이자와 생활비를 대느라 월급보다 더 많은 돈을 쓰고 있다는 20대 사회 초년생 A 씨도 부채클리닉을 신청했다. “결혼도 하기 전에 신용등급이 밑바닥인 9등급까지 떨어진 것이 너무 충격적”이라는 A 씨는 하루빨리 신용을 회복하고 싶다고 했다.
금융 지식이 부족해 구체적인 상환계획 없이 은행 대출을 마구잡이로 받았다가 고금리 빚의 악순환에 빠지거나 무절제한 소비로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상당수 신청자는 “빚은 쌓여 가는데 지금까지 누구와 상담할지 몰라 너무 답답했다”고 말했다.
포도재무설계 관계자는 “‘당장 급한 돈을 해결해야 하니 대출부터 해 달라’고 요구하다 상담 신청을 포기하는 문의자도 적지 않았다”며 “개인 워크아웃이나 개인회생, 파산 등 최악의 상황에 이르기 전에 되도록 일찍 재무상태에 대한 상담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부와 하나금융그룹이 출연한 하나희망재단은 앞으로 부채클리닉을 통해 재기 의지와 역량이 검증된 사람을 대상으로 별도 심사를 실시해 무담보 소액신용대출(마이크로크레디트)을 해줄 계획이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2009.02.24] 동아뉴스테이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