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형 민자사업(BTL)으로 지어진 인천지역 일부 초등학교 다목적 강당의 시설물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채 준공 처리된 것으로 뒤늦게 밝혀져 말썽을 빚고 있다.
인천시 교육 당국은 BTL 사업자가 시설물을 설치하지 않았는데도 이를 확인조차 하지 않은 채 강당 준공 1년이 지나서야 시설물을 설치해 달라며 추가경정예산을 올려 교육행정의 부실을 드러냈다.
BTL은 민간업체가 자본을 들여 학교 건물을 지은 뒤 일정 기간 원리금을 회수하는 방식을 말한다.
인천시교육위원회 노현경 위원은 24일 “동부교육청은 관내 논현초교 다목적 강당에 비디오프로젝터, 전동스크린, 암막용 커튼 등 학교 교육여건 개선 시설물이 필요하다며 4000여만 원의 추경예산을 올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BTL 사업으로 지어진 이 학교의 다목적 강당에는 이들 시설물이 이미 설치돼 있어야 했다.
2007년 9월 개교한 논현초교는 2006년 9월 BTL로 공사를 시작하기에 앞서 민간사업자가 비디오프로젝터 등 시설물을 설치하기로 동부교육청과 실시협약을 맺었다.
하지만 민간업체 사업자는 이 협약을 어기고 시설물을 설치하지 않았다.
노 위원은 “BTL에 참여한 건축사, 감리사, 시공사가 더 많은 이익을 남기기 위해 고의로 설계에 반영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며 “감독권한이 있는 동부교육청은 이를 묵인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사실조차 모른 채 논현초교는 동부교육청에 시설물 설치를 요구했고 교육청은 이를 추경예산에 올렸다가 시교육위원회로부터 망신을 당한 것이다.
동부교육청은 “교육위원회가 올바로 지적해서 예산 낭비를 막았다”는 겉치레 발언을 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문제가 불거지자 동부교육청은 뒤늦게 민간 사업자에게 23일 재시공 명령을 내렸다.
박송철 동부교육청 관리국장은 “협약 내용대로 왜 시공이 되지 않았는지 진상 조사를 한 뒤 시공사, 감리회사, 건축사 등이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날 경우 관급공사 입찰 제한 등 모든 제재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인천지역에는 2005∼2007년 BTL로 모두 26개 초중고교가 지어졌으며 민간사업비 2500억 원이 투입된 것으로 드러났다.
민간업체는 시교육청으로부터 20년 동안 시설임대료와 관리운영비를 받는다.
그러나 시교육청이 20년간 부담해야 하는 임대료와 관리운영비는 민간사업비 2500억 원의 2배를 크게 웃도는 6121억 원이 필요한 것으로 드러나 교육재정을 악화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인천지역 시민단체는 2007년 9월 이후 BTL로 개교한 17개 학교에 대한 진상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