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뮤지컬… 무용… 공연 보다 궁금하시면 동아일보 ‘팬텀’에 물어보세요!
《제 이름은 팬텀. 24시간 무대를 전전하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속 주인공이 바로 접니다. 여가수 크리스틴을 먼발치에서 보려고 무대를 떠돌기 시작했는데 언제부턴가 그냥 공연이 좋아서 맴돌고 있습니다. 연극과 뮤지컬, 무용, 클래식 등의 공연을 보다가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팬텀의 e메일( phantom@donga.com )로 사연을 보내주십시오. 친절한 팬텀 씨가 해결해드리겠습니다. 》
Q: 공연 내내 목맨 채 매달려 있는 배우 안전한가요?
A: 스턴트맨용 ‘와이어 조끼’로 체중 지탱
14일부터 공연 중인 연극 ‘밑바닥에서’ 4막에는 알코올의존증 환자인 배우(신동력·31)가 목매달아 자살하는 장면이 나온다. 아무리 ‘강심장’인 관객이라도 배우가 목을 맨 채 매달려 있는 모습을 지켜보는 건 썩 유쾌하지 않은 일. 하지만 호기심 많은 관객들 중에는 목에 줄을 감고 매달려도 어떻게 멀쩡할 수 있는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다.
이 장면의 비밀은 ‘번지점프할 때 착용하는 기구’에 있다. 기구를 하체에 끼우고 와이어를 달아 기둥에 줄을 매단 것. 대신 목에 감는 줄은 형식적으로만 걸쳐져 있다.
원래 이 장면은 목을 맨 배우가 천장에서 테이블 위로 떨어지기로 계획됐다. 하지만 제작진은 천장에 별도의 장치를 설치할 때 드는 비용과 사고 위험 때문에 공연 직전 기둥에 매달려 있는 장면만 보여주기로 수정했다. 신 씨는 “배우 생활 중 처음으로 자살 장면을 연기해봤다”며 “어느 순간 배우로서 죽을 수밖에 없는 그 역할 자체가 불쌍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고 말했다.
연극 ‘너무 놀라지 마라’도 빼놓을 수 없다. 자식들의 무관심 속에 화장실에서 목을 맨 아버지(이규회·41)는 자식들이 장례를 미룬 탓에 공연 시간 90분 내내 매달려 있다.
이 씨는 이 장면을 위해 액션스쿨에서 스턴트맨이 허공을 날아다닐 때 입는 와이어 조끼를 빌려왔다. 이 씨는 “750kg까지 지탱하는 장비 덕에 안전하게 목을 맬 수 있지만 정작 아픈 부위는 겨드랑이와 사타구니”라며 “주로 그 부위에 힘이 가해지기 때문에 피가 안 통한 채 90분을 견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화장실 문이 닫히면 관객이 안 보는 틈을 타 발을 슬쩍 난간에 내려놓으며 휴식을 취한다”고 말했다.
이 연극에서 관객의 씁쓸한 웃음을 자아내는 건 극중 아버지가 대롱대롱 천장에 매달려 삼남매를 향해 “제발 나 좀 내려줘∼”라고 부르짖는 장면 때문이다. 관객은 웃겠지만 배우에게는 이만한 고역이 따로 없다. 그는 ”공중에서 허우적대며 소리를 지르다 보면 배에 힘을 줄 수 없어 평소 발성보다 힘이 두 배로 든다”며 “공연 막바지가 될 때쯤엔 가끔 ‘정신줄’을 놓을 때가 있다”고 말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