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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충남]대덕밸리 이야기한국원자력연구원 ‘하나로’

입력 | 2009-02-26 07:15:00


전자 - 원자 현미경도 못보는 ‘미세 세계’ 관찰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HANARO)’는 뜯어내거나 부수지 않고도 배관의 시공 상태 등을 점검(비파괴검사)하는 데에 활용된다. 하나로에서 생산되는 중성자로 만든 동위원소가 그런 기능을 한다. 중성자는 빛이나 X선처럼 파동의 성질도 가지고 있어 전자 및 원자 현미경으로도 볼 수 없는 미세 세계를 관찰할 수 있다. 하나로는 기초과학 분야에만 쓰이는 게 아니다. 시속 300km를 넘나드는 KTX의 동력은 휘발유가 아닌 전기로, 차체에 공급하는 전류를 조절할 때 전력용 반도체가 활용된다. 이 전력용 반도체도 하나로에서 만들어진다.》

뜯거나 부수지 않고 배관 시공상태 등 점검

KTX 동력 공급하는 전력용반도체도 생산

▽여러 연구기능을 하나가 담당=하나로는 ‘High-flux Advanced Neutron Application Reactor’의 머리글자를 땄다. 그러나 우리말로는 하나밖에 없고 하나가 여러 가지 목적의 연구를 수행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원자력의 강대국인 미국과 프랑스 일본 등은 예산과 연구 인력이 풍부해 각기 다른 기능과 목적을 가진 연구용 원자로를 만들어 사용하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한 실정. 이 때문에 하나로는 중성자 빔 이용 연구, 특정 기능재료 및 핵연료 조사시험 연구, 중성자 방사화 분석 이용 연구를 비롯해 동위원소 생산 및 연구개발, 중성자 도핑 반도체 생산과 암 치료 연구 등 원자력산업, 물리학 생물학 의학 농학 환경 분야의 기초 및 응용 연구를 홀로 도맡아 하고 있다.

임인철 하나로운영부장은 “지난해만 해도 50여 개 기관이 하나로를 이용해 수소저장매체 시험, 연료전지 특성 시험, 발전용 원자로용 재료 안전성 성능 시험 등을 했다”며 “전력용 반도체 생산은 전 세계 물량의 10% 내지 15%를, 비파괴검사용 방사성동위원소의 선원은 국내 공급량의 90%를 하나로가 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여러 가지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이유는 하나로의 성능과 용량이 세계 연구용 원자로 가운데 10위 안팎이기 때문이다.

▽연구용 원자로 수출 부푼 꿈=연구용 원자로는 통상의 생각과 달리 전기를 생산하지 않는다. 원자로는 크게 에너지 이용, 플루토늄 생산, 중성자 이용을 위한 용도로 나눌 수 있다. 에너지 이용은 원자력 발전을, 플루토늄 생산은 핵무기 개발을, 중성자 이용은 기초 및 응용과학 분야 연구를 하는 데 쓰인다고 이해하면 된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1959년 우리나라 이공계 연구기관 중 최초로 설립돼 올해로 50회 생일을 맞았다. 그동안 기술자립을 거쳐 선진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하나로 건설 외에도 중수로, 경수로 핵연료의 국산화, 한국표준형원전(KSNP) 개발 등의 성과를 거뒀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첫 연구용 원자로 수출도 눈앞에 두고 있다. 연구원 관계자는 “네덜란드 연구용 원자로 입찰에 참여해 4월 최종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낙찰이 되면 한국 원자력 역사에 획을 긋는 사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