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 ‘워낭소리’가 화제다. 개인적으로, 아주 잘 만든 영화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감독이 독립프로덕션 PD출신이고, TV 방송용으로 제작되었기 때문에 영화적인 색깔과 냄새에는 아쉬움도 있었다. 그러나 제작준비기간, 촬영기간 등을 생각하면 누가 뭐래도 진정성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영화를 보고난 뒤, 각인되는 장면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소가 죽기 전 마지막 겨울에 해놓은 장작더미였다. 소와 할아버지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상호신뢰를 보여 주었다. 야구뿐만 아니라 이 시대의 화두는 신뢰와 소통이다. 고 김수환 추기경처럼 모두를 사랑하면 일은 간단하지만 범인(凡人)들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프로야구처럼 냉혹한 승부세계에서는 어떻게 팀을 이끌고 가야할지, 어떻게 소통해야 할지, 훈련방식은 어느 것이 맞는지 등에 있어 평생 야구만 해온 감독들에게도 하나같이 어려운 문제이다.
당장 훈련방식만 하더라도 SK와 롯데는 대척점에 서있다. 자율훈련의 롯데와 지옥훈련의 SK. 어느 방식이 맞느냐를 두고 백가쟁명식의 논쟁이 가능하지만, 답은 ‘아무도 모른다’이다. 그럼에도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로이스터와 김성근 감독은 확실한 자기철학이 있다는 점이다. 어떤 야구가 더 맞느냐는 문제보다 중요한 것은, 감독의 생각이 선수들과 공유되느냐다. 이것은 신뢰의 문제이기도 하다. 일단 김성근 감독은 ‘노력’을 믿는다. SK를 맡기 전까지, 한 번도 우승하지 못해 ‘선수 죽이는 야구’라고 멸시받으면서도 끊임없이 노력을 강조했다. ‘왜 야구를 하는가’ 김성근 감독이 항상 선수들에게 던지는 화두이다. 나이 이순(耳順)이 한참 넘어서야 그 진정성이 선수들에게 전달되어 이제야 꽃을 피우고 있다. SK의 지옥훈련보다 ‘김성근’자체가 더 두렵다면 과장일까.
‘No Fear!’의 로이스터. 미국야구 100년 문화를 등에 업고 확실한 자기색깔을 내고 있다. 일단 선수를 믿는다. 너무 믿어서 선수들이 불안하다. 최근 전지훈련도 오전이면 땡이다. ‘야구는 선수가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굽히지 않는다. 로이스터나 김성근 감독이 이렇게 훈련방식에는 차이가 있지만, 사실 종착지는 같아 보인다. ‘우승도 중요하지만, 이 방식이 결국에는 선수들을 위하는 길이다’는 측면에서.
프로야구 감독이란 결국 성적이 나쁘면 그만둘 수밖에 없는 자리이다. 그래서 김재박 감독은 “살기위해서라도 이겨야 한다”고 하지만, 모두가 이길 수 없다는데 문제가 있다. 김성근 감독은 첫 우승할 때까지 65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팬들이 진정으로 보고 싶은 건, 지고도 살아남는 감독이다. 왜? 자기철학과 신뢰 없이는 지면 살아남을 수 없는 것이 프로니까.
동명대학교 체육학과 교수
요기 베라의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라는 경구를 좋아한다. 스포츠에 대한 로망을 간직하고 있다
현실과 로망은 다르다는 것을 알지만 로망과 스포츠의 '진정성'을 이야기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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