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2월도 다 갔다. 겨울도 끝난 듯 보인다. 하지만 스키시즌은 지금이 절정이다. 물론 일본의 이야기다. 눈도 내릴 만큼 내렸고 적설량도 최고치다. 게다가 기온은 오르고 날씨도 맑은 날이 많다. 최고의 스키시즌인 셈이다. 일본 스키 원정도 지금이 적기다. 시즌 막바지라 숙식비도 내리고 대접도 좋다.
그래서 일본의 스키장 두 곳을 격주로 한 곳씩 소개한다. 북위43도선 홋카이도의 클럽메드 사호로 빌리지가 있는 사호로 스키장, 서울과 위도가 비슷하고 소설 ‘설국’의 무대인 니가타 현 묘코 고원과 마운트 나에바 스키장이다.
클럽메드 사호로는 스키를 배우기에 지구상에서 가장 좋은 곳. 특히 가족스키어에게 적당한 패밀리 형 스키리조트다. 반면에 니가타 현의 두 스키장은 다지지 않은 딥스노(Deep snow)도 마다않는 스키마니아의 도전욕을 자극하는 일본 최고 수준의 대규모 스키장이다.》
뽀드득 ‘파우더 눈 세상’… 지금이 스키시즌의 절정
○ 설경이 아름다운 사호로 스키장 가는 길
다이세쓰 산이 버스의 창 너머로 자태를 뽐낸다. 온통 흰 눈에 덮인 채로. 지금 나는 아사히카와 공항을 출발해 남동쪽으로 117km 떨어진 클럽메드 사호로 빌리지로 가는 버스에 앉아 그 산을 바라보고 있다. 멀어서 그런지, 아니면 흰 눈에 덮여서 그런지 산은 그리 험해 보이지 않는다. 느릿느릿한 능선, 육중한 산채로 인해 산악은 오히려 둔중해 보인다.
하지만 고도는 만만찮다. 다이세쓰 산의 주봉인 도카치다케(2077m) 연봉의 산악을 보니 모두 2000m급이다. 크기도 대단하다. 공항을 떠난 지 10분도 되지 않아 시야에 들어온 산악이건만 다이세쓰 산 국립공원의 산악은 눈 덮인 국도 237호선을 한 시간쯤 달려 도착한 후라노에서도 사라지질 않는다.
아사히카와와 후라노를 잇는 국도237호선. 이 도로만큼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 국도도 없을 듯하다. 너무도 아름다운 주변 경치 덕분인데 한겨울 다이세쓰 산의 설경은 한여름 비에이(아사히카와와 후라노 사이의 전원마을)의 꽃밭 풍경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보랏빛 라벤더와 노랑 빨강의 꽃밭이 지평선을 이룰 만큼 드넓은 비에이의 구릉을 색동저고리의 띠처럼 장식한 광경은 평생 잊지 못할 만큼 환상적이다. 그 절정은 7월 중순. 잊지 말고 기억할 일이다.
빌리지행 전용버스는 후라노에서 국도38호선으로 갈아탔다. 거기서 65km 거리에 큰 고개가 있다. 후라노 정과 신토쿠 정의 경계인 가리카치 고개(높이 644m)다. 클럽메드 사호로 빌리지는 이 고개의 중턱(해발 400m)에 자리 잡았다. 내게 사호로 스키장은 이번이 두 번째 방문. 하지만 설레기는 마찬가지다. 왜냐면 스키는 적설량에 따라 그 느낌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홋카이도에서마저 눈 가뭄을 걱정하는 소리가 들려올 정도로 지구온난화가 심각하다보니 더더욱 그렇다.
○ 지상최고의 스키스쿨 클럽메드 사호로 빌리지
가족스키어에게는 공통된 고민이 있다. 어린아이다. 데리고 다니자니 장비 간수부터 할 일이 많고 힘들어서다. 그렇다고 리조트에 와서 떼놓고 다닐 수도 없고. 나 역시 10년 이상 고민해왔던 일이다. 그러나 이런 고민도 이제는 끝이다. 클럽메드 사호로 리조트가 그 솔루션(해결책)이기 때문이다.
이곳의 키즈 클럽(만 4∼11세)은 부모에게는 구세주다. 맡겨만 두면 스키도 가르쳐주고 밥도 먹이고 낮잠까지 재워준다. 또 저녁이면 부모들 앞에서 공연도 펼치게 이벤트를 만든다. 그것도 무료다. 이런 서비스 하나만으로도 클럽메드 사호로는 최고의 스키리조트다.
스키어에게도 이곳은 천국이다. 9단계로 나누어 스키를 가르쳐주는 강사(30명) 덕분이다. 모두 지도자 자격증을 획득한 전문 강사로 언어도 다양하다. 한국(3명)은 물론 캐나다 뉴질랜드 일본 에티오피아 호주에서 왔다. 중·상급으로 가면 거의 개인코치나 다름없으니 스키 실력을 향상시키기에 이곳만 한 곳도 없다. 물론 무료다.
○ 스키 혹은 애프터 스키
나는 늘 이렇게 말한다. 스키에는 두 종류가 있다고. 스키와 애프터 스키. 애프터 스키란 스키를 타고 난 후의 모든 일상을 아우른다. 클럽메드 사호로는 지상 최고의 ‘애프터 스키’ 리조트다. 오후 3시도 되기 전에 부츠를 벗게 만들어서다. 그 어트랙션을 하나하나 헤아려보자.
애프터 스키로 최고는 온천이다. 아쉽게도 여기에는 온천이 없다. 오후로(목욕탕)가 대신한다. 그래도 손색이 없다. 스킹 후 피로를 푸는 데는 수영만 한 게 없다. 이곳에도 실내 풀이 있다. 밖에는 자쿠지(기포 욕탕)도 있어 상쾌한 공기를 들이키며 온욕을 즐긴다. 스파도 훌륭하다. .
클럽메드의 무료 음료 서비스도 환상적이다. 실상은 모두 지불한 것이지만. 어쨌든 돈을 내는 부담이 없어 즐기기가 훨씬 편안한 것만은 사실. 1층 로비의 바에서는 와인, 샴페인, 생맥주, 칵테일, 청량음료, 물이 무한정 제공된다. 수영과 목욕 후 이 바에 모여 이런 음료와 술로 목을 축이는 스키어들. 그날의 무용담이 펼쳐지는데 그때부터는 발이 아닌 입으로 스키를 탄다.
○ 먹고 마시고 웃고 춤추는 설원의 낙원
다이어트가 걱정된다면 클럽메드 사호로 빌리지는 접근 엄금이다.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다양한 음식 때문이다. 도대체 그 많고 다양한 음식이 어떻게 세 끼 고루 만들어져 제공되는지…. 음식은 양식과 중식, 아시안 푸드는 물론 일식에 김치까지 낸다. 사나흘이면 전 세계 음식의 절반쯤은 섭렵하지 않을까 싶다. 식사 때는 술도 무제한 제공된다. 화이트와 레드, 로제와인과 생맥주, 중국술 라오주(쌀로 빚은 샤오싱주를 오래 묵힌 술)다.
오후 8시가 지나면 어김없이 펼쳐지는 GO(Gentle Organizer·게스트 도우미)들의 쇼. 매일 바뀌는데 깔보면 안 된다. 수준이 기대 이상이기 때문이다. 이 쇼는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다. 이들이 한데 모여 함께 깔깔대며 웃는 모습을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가족이 이렇게 편안히 즐겁게 지낼 수 있는 리조트가 어디에 또 있을지. 가끔은 쇼가 신나는 댄싱파티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때도 같다. 엄마와 아들이, 아빠와 딸이 손을 맞잡고 춤을 춘다. 이 역시 클럽메드에서만 가능한 애프터 스키다.
홋카이도=조성하 여행전문 기자 summer@donga.com
● 여행정보
◇찾아가기 ▽항공로=인천∼아사히카와 직항편(3시간 내외 소요) 이용. 아시아나항공 주2회 (수·토요일) 운항. ▽육로=공항∼빌리지 전용 셔틀버스 운행(117km·2시간∼2시간40분 소요)
◇사호로 스키장 ▽시즌=2008년 11월 23일∼2009년 4월 5일 ▽고도 차: 610m(최정상 1030m, 베이스 420m) ▽최대경사: 39도 ▽최장코스=3km(중급) ▽최대적설량: 220cm(3월) ▽리프트=체어 8개, 곤돌라 1개, 오전 9시∼오후 6시 운행 ▽트레일=17개(초급 30%, 중급 40%, 상급 30%) ▽홈페이지=www.sahoro.co.jp
◇클럽메드 사호로 ▽주소=홋카이도 가미카와켄 신토쿠 정 가리카치 고원 ▽객실=181개(다다미, 침대) ▽부대시설=실내 풀과 실내외 자쿠지, 목욕탕, 피트니스센터(운동화 준비), 스쿼시코트, 포켓볼룸, 트리트먼트 센터(Zen Area) 등 ▽액티비티 △스키:모든 장비 렌털(유료)가능. 스키와 스노보드 강습(4세 이상)은 무료. △스노 트레킹: 설피 신고 눈밭 산책하기. △수중에어로빅 △바디웜업: 오전 스키 시작 전 준비운동으로 몸 풀기. ▽아이 돌봐주기 △쁘띠 클럽: 2∼3세(유료·스키강습 없음) △키즈 클럽(만 나이 기준): 7∼10세 △미니 클럽: 4∼7세 △주니어 클럽:11∼13세 △틴즈 클럽:14∼17세(방학기간만·이상 무료) △파자마 클럽: 밤늦도록 놀고 싶은 부모를 위한 유료 서비스. ▽홈페이지=www.clubmed.co.kr
◇패키지 상품 ▽클럽메드 사호로 ‘화이트 홀리데이’ △3박4일 일정: 139만 원(4∼11세 어린이 99만 원) △4박5일 일정: 156만 원(어린이 113만 원) 홈페이지 온라인 예약 시 10만 원 할인(성인만).
◇주변 여행지 ▽후라노 관광협회=www.furanotourism.com ▽비에이 정 관광협회=www.eolas.co.jp/hokkaido/sikibiei/ ▽후라노·비에이=www.furano.ne.jp/furabi/ ▽아사히카와·다이세쓰 산=www.asahikawa-daisetsu.info/ ▽신토쿠 정=www.town.shintoku.hokkaido.j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