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비중높아 해외점유율 높일 수 있는 ‘逆샌드위치株’ 급등세
원달러 급락 가능성 대비
기업가치 고려해 투자를
달러당 1500원 선을 뛰어넘은 원-달러 환율이 당분간은 고공비행을 계속할 조짐이다. 증권시장에서는 높은 환율과 엔고(円高) 현상의 수혜주를 찾으려는 투자자가 부쩍 많아졌다.
하나대투증권은 26일 보고서에서 “당분간 외환시장 불안이 불가피하다면 정보기술(IT)과 자동차 등 대표 수출업종이 투자 대안으로서 가치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고환율 수혜주는 이른바 ‘역(逆)샌드위치주’로도 불린다. 원화가치 하락이 대외수출 및 글로벌 시장점유율을 높일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자동차, 게임 등 IT기업 및 일부 수출비중이 높은 코스닥 상장사를 주된 수혜기업으로 꼽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환율 상승에 따른 국내 자동차 기업들의 영업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보고서는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연평균 100원 상승하면 연간 영업이익이 현대차 5830억 원, 기아차 5890억 원, 현대모비스 1500억 원씩 더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환율 상승으로 생기는 현금흐름을 효과적으로 활용한다면 장기적인 경쟁력과 기업가치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 코스피는 지난해 말 이후 25일까지 5.1% 하락했지만, 현대차의 주가는 같은 기간 24.3% 올랐고 기아차도 13.0% 상승했다.
불황기에 더 잘나가는 산업인 게임업계도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는다. 대우증권은 23일 네오위즈게임즈와 CJ인터넷의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했다. 게임업종의 산업 특성상 수출 대상국의 경기악화에도 불구하고 올해 환율 효과에 따른 실적호전이 기대된다고 분석된다. 대표적인 게임주 엔씨소프트의 주가는 25일 현재 지난해 말보다 무려 36.5% 치솟았다.
이 밖에 수출 증가가 기대되는 코스닥 일부 업체도 고환율 시대의 유망한 업종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영상보안 감시장비 업체인 씨앤비텍의 작년 경영실적이 환율효과의 영향으로 대폭 개선됐다며 “수출 비중이 80%를 넘는 이 업체의 실적이 앞으로도 기대된다”고 밝혔다. 전자부품 업체인 우리이티아이와 에이스디지텍 등도 최근 주가가 크게 오르면서 환율 수혜주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증시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장기적으로는 다시 떨어질 가능성도 있는 만큼, 기업 가치를 고려하지 않은 맹목적인 투자는 금물이라고 조언한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