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윤석민 교수 계량 분석
“광우병 등 여론에 막강한 힘 행사하면서
느슨한 사후규제로 공익적 책무는 방치
여론독점 이유 신방겸영 반대 이율배반”
지상파 TV 3사의 여론 지배력은 평균 50%가 넘기 때문에 국내 여론 독과점 문제는 신문이 아니라 지상파가 초래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공영방송 발전을 위한 시민연대(공발련)가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27일 여는 세미나 ‘방송법 논란, 타개책은 없는가’에서 주제 발표를 하는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미리 배포한 발제문 ‘방송 소유 규제 완화와 여론 독과점’을 통해 “지상파 TV 3사의 여론 지배력은 42.5∼68.8%에 달해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16.2∼30.4%, 동아 조선 중앙일보의 4.2∼22.1%보다 훨씬 높았다”며 “국내 여론 독과점의 문제는 지상파 3사의 문제”라고 말했다.
윤 교수는 미디어가 도달되는 수용자의 수, 이들이 미디어에 주의를 기울인 시간, 미디어 수용자들이 해당 미디어에 부여하는 가치 등 여러 지표로 여론 지배력을 추정했다.
○ 네트워크를 독과점한 지상파
윤 교수는 “노무현 대통령 탄핵, 광우병 공포 등을 둘러싼 사회적 논의가 정상 수준을 넘어 폭발적으로 과열된 것은 지상파가 갖는 여론시장에 대한 영향력 때문”이라며 “TV와 라디오의 네트워크를 독과점적으로 소유 지배하면서 국민을 대상으로 정보 의제 의견을 확산시켜 여론 판단 감성을 좌우하는 지상파야말로 우리 사회 최고의 권력”이라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현 방송법에선 지상파의 권력이 공정하게 행사될 수 있도록 견제하는 장치가 명목적 수준에 불과해 개정이 필요하다”며 “지상파 노조를 비롯한 방송법 개정 반대론자들이 여론 독과점 심화를 반대 이유로 드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라고 말했다.
윤 교수는 이어 “세계 주요 국가는 1990년대 후반 미디어의 산업적 패러다임을 근간으로 하고 여론 다양성 등 사회문화적 패러다임이 이를 보완하는 단계로 접어들면서 소유 규제를 시청점유율 규제로 전환하고 있다”며 “그러나 우리나라는 과도한 사전 소유 규제로 방송의 산업적 경쟁력을 가로막으면서 동시에 느슨한 사후 규제로 공익적 책무를 방치하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고 비판했다.
따라서 미디어가 새로운 미디어 영역으로 자유롭게 진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되 심각한 집중의 폐해가 우려되면 규제를 가하는 것이 타당한 방법이라고 윤 교수는 설명했다.
○ MBC의 신방 겸영 반대는 자사 중심의 편견
윤 교수는 경제위기로 인한 방송 광고시장의 위축으로 방송사들이 제작비 절감과 시청률 경쟁에 몰두하는 상황에서 능력 있는 사업자들이 방송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 방송 사업 기반을 강화하면서 강력한 사후 규제로 방송의 품질을 높이는 것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주요 일간지의 편파성 때문에 그 영향력의 확대를 방지하기 위해 신문방송 교차 소유가 허용되면 안 된다는 논리도 비판했다. 그는 “방송의 입장에서 주요 일간지가 편파적이라면 주요 일간지 입장에선 방송이 편파적”이라며 “주요 일간지가 여론지도층의 의제설정에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방송사는 이미지에 쉽게 동요되는 젊은 시청자 집단을 상대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전국 방송시장의 100%를 커버하는 네트워크를 소유 지배하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MBC가 신문들의 시장지배력과 편향성을 지적하며 신문의 방송 참여에 반대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자사 중심의 편견이라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외국의 연구사례를 들며 미디어 소유 집중은 바람직한 여론 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절대적 요소가 아닌 하나의 요소이며 그 효과도 긍정과 부정의 양방향을 모두 갖고 있어 ‘미디어 소유 집중=여론 독점’이라는 주장은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날 세미나에 참여하는 정윤식 강원대 교수는 ‘공영방송법 제정과 방송구조 개편’ 발제문에서 “방송법 개정 논란의 핵심인 신문 대기업의 지상파 방송 지분 소유(20% 이내) 조항은 KBS MBC의 경우엔 금지하고 다른 지상파 방송이나 디지털 채널(MMS)에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